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료인이 늘고 있다. 대부분은 의료용 마약을 과도하게 처방한 혐의다. 다만, 마약류 관련 법을 위반한 의사에 대한 면허징계 처분기간은 평균 1개월로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도 나온다.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료인은 총 323명으로 전년 186명 대비 74% 급증했다. 법 위반 의사들에 대한 면허징계 처분기간은 최대 3개월이고, 가장 짧은 경우 1주일에 불과해 평균 1개월 여 만에 종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도 증가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의료용 마약을 처방받은 환자는 총 1946만 명이며, 총 18억7360만 개였다. 2019년 1850만 명의 환자 16억8225만 개와 비교해 환자 수는 5%, 처방량은 11% 늘었다.
의사 처방에 의한 의료용 마약류 사용은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마약 쇼핑’으로 불릴 정도로 의료용 마약 오남용도 늘면서 중독에 대한 잠재적 위험 예방·관리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다는 의견이다. 또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결국 불법 마약류 중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한 목소리도 크다.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관리·감독은 허점이 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공개한 ‘경기도 정기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경기도 관내 1617개 의료기관 중 △마약류 의약품을 구입했음에도 구입‧투약‧양도보고를 아예 하지 않는 사례 429개소 △품명‧수량‧취급연월일 등 일부 항목을 보고하지 않은 기관 165개소 △도매상업체명‧약품식별번호 등을 보고하지 않은 기관 118개소 △기한 내 보고하지 않은 기관은 184개소 등이 확인된 바 있다. 사망자의 명의를 도용해 처방받은 것으로 의심되거나 동명이인을 잘못 보고 처방한 사례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계 내에서도 의료진들의 과도한 처방에 대한 단속·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호식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의료진들의 과도한 의료용 마약 처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펜타닐 패치가 문제가 된다. 암 환자 등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인데 손쉽게 처방된다. 처방에 대한 안전사용 기준을 고시하지만,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교수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과 관련 지적이 계속되며 처방이 줄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통계는 제공되지 않고 있어 얼마나 감소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마약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올해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약 청정국 회복을 위한 응급조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보건복지부 등과 협업해 불법 및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실태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마약류를 취급하는 의료기관 대상 단속 강화, 투약 이력 의무 확인제도 시행 등에 나선다. 투약 이력 의무 확인제도는 의사가 환자 진료·처방 시 환자의 지난 1년간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조회·확인해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처방하지 않도록 돕는 서비스다.
의료현장에선 제도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달았다. 문 교수는 단속 강화는 긍정적이지만, 투약 이력 의무확인제도는 ‘탁상행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환자 개인정보 확인을 위해 전화번호 입력 등을 거쳐야 하는데 3~5분이 걸린다. 진료가 시급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는 정책일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규제를 위한 규제는 반대”라며 “약의 특성상 여러 가지 제도 보완은 필요하다. 부디 실질적인 의료현장에서의 실효성이 필요한 부분으로 규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특히 의료용 마약류 처방 가이드라인 준수 등 의료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작정하고 의사를 속이려는 소위 마약쇼핑 환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라도, 의사들이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하도록 관련 건강보험 수가 신설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과다처방과 관련 의료계 자정작용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문 교수는 “의료계 자정작용을 위해 의사 대상의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의사라고 모든 걸 알 수 없다”며 “자신이 주로 처방하는 약 위주로만 학습하다 보니 의료용 마약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의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임상현장 의사들과 충분한 소통으로 처방관리에 나서야 한다. 의사들 대상의 의료용 마약류 관련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악류 관계체계 개편과 관련해 최종범 대한통증학회 심사이사(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약진통제 처방 승인(또는 교육)받은 병원 및 승인(또는 교육)받은 의사만 허용 △마약류 처방 시 환자 동의서 받기와 충분한 고지 △마약류 처방 환자의 적절한 진단과 주기적인 혈중 농도 검사시행 △마약 사범(마약 쇼핑 등)으로 보이거나 마약 처방을 강요하는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권 도입 △마약사범 및 마약중독자 관리·감독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