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조사하는 전담 조사관 제도가 시행되는 가운데 퇴직 교원 전민식 조사관(63)은 “제 노하우와 역량 강화 연수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볼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19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날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성동공업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188명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연수를 운영한다. 이들은 연수를 모두 마친 뒤 위촉장을 받게 된다.
전담 조사관은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를 방문해 가·피해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학교에서 자체 종결이 안되는 사건일 경우 조사관들이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사례회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에도 참석한다.
교직에서 38년여간 근무한 뒤 지난해 8월 퇴직했다는 전민식 조사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학교 현장에서 생활지도부장으로 근무하는 등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맡아 왔다”며 “다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봉사 차원에서 돕는다는 마음으로 (조사관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이 녹록지 않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화가 난 상태로 학교에 와 큰 소리를 내거나 민원을 넣어 학교가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고, 현장에서는 학폭 관련 업무를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상황임에도 조사관으로서 학폭 업무를 맡는 이유를 묻자 그는 “누군가는 학교에 가서 (교사들을) 지원해줘야 하는 건데, 퇴직자들 중에서는 가장 젊은 사람이 가야 학교 현장이 좀 안정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에 부족함을 느껴 직접 지원하고 싶은 마음에 조사관이 됐다는 이들도 있었다.
현직 경찰로 34년간 근무한 뒤 지난해 성동서 여성청소년과 팀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는 전경재 조사관(60)은 “학교 차원에서 사안조사를 통해 경찰 수사까지 가지 않고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왜 이런 부분이 부족할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많이 보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이라고 밝혔다.
한국회복적정의협회에서 7년간 활동했다는 청소년전문가 주지헌(51) 씨 또한 “(학폭 관련) 학생들이나 보호자들과 만나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하거나 사과도 하고 싶어한다”며 “즉시분리 조치 때문에 그럴 기회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방향성을 추구하고 싶은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조사관 수당이 1건당 18만 원으로 현실적으로 부족해, 향후 안정성을 위해 보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경재 조사관은 “초기 단계라 (수당이 적은)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조사관 제도가)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심어줘야 해서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간제로 한다든지 해서 기본 보수를 정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조사관에는 퇴직 군인이나 행정사, 학교폭력 전문단체 관계자, 전직 검찰 수사관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위촉됐다. 연수에 참여한 조사관들은 ‘학교폭력 관련 법령 이해’ 및 ‘아동학대와 성폭력 예방’, ‘가·피해 학생 및 보호자 면담’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연수를 마친 조사관들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내달 2일부터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으로 활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