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목마른 이베리아반도

입력 2024-0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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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포르투갈은 지중해성 기후로 보통 여름에 고온건조하고 겨울은 온화하지만 비가 많이 내린다. 그래서 큰 산불이 주로 여름에 발생한다. 반면 11~2월은 우기다. 지난해 초에는 며칠간 끊임없이 내린 비로 코임브라시를 가로지르는 몬데구강의 둔치가 일부 침수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작년처럼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야 우기에 비가 뜸하니 불편함이 덜하지만 농촌은 사정이 다르다.

포르투갈 해양대기연구소(IPMA)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영토의 38%가 기상학적 가뭄에 빠졌으며, 특히 남부의 알가르브(Algarve) 일부지역은 토양 속 수분 비율이 20~40%로 조사됐다.

이는 2000년 이후 일곱 번째로 건조한 겨울이라고 IPMA는 밝혔다. 포르투갈의 극심한 가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IPMA는 작년 7월 전 국토가 역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며 ‘올해가 가장 건조한 해로 기록되고 있다’고 밝혔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알가르브에 농업용수 소비 25% 감축과 관광 및 도시 소비자의 물 사용량 15% 감축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포르투갈 최대 오렌지 생산지 알가르브 농가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포르투갈 농민단체는 “농업용수 감축은 농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북부엔 물이 풍부하고 남부는 가뭄이다. 남북의 댐들을 수로로 연결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국가 구조화 작업은 70년 동안 서랍 속에 있다. 정부가 농업에 대한 비전과 애정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골프장과 대형 리조트로 먹고사는 관광업계도 다가올 성수기에 제한급수가 이어질 경우 관광객들을 잃지는 않을까 노심초사다.

비단 물 부족 문제는 포르투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이베리아 반도는 현재 1200년 만에 가장 건조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웃나라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역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몇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저수 용량이 15% 미만이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포르투갈에 물 공급을 요청한 상태다.

스페인의 2대 도시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지역은 약 60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에 물이 18%만 채워진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물 절약을 위한 비상조치를 선포했다.

우선 바르셀로나는 시립 스포츠 시설의 샤워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또 가정용 상수도의 수압을 줄이고 세차나 정원에 물을 주는 행위,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부족한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을 이용해 물을 가져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우리는 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올해 중반엔 물이 아예 없을 것이다.” 포르투갈 농업부 장관의 우려 섞인 한마디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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