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하락시키는 항암제 조기 내성 발생의 원리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임가람‧방승민 소화기내과 교수와 강창무 간담췌외과 교수, 카이스트 박종은 의과학대학원 교수·김성룡 학생 공동 연구팀은 췌장암 항암제 내성이 생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포 타입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췌장암은 환자의 약 90%가 수술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병기에서 진단되기 때문에 대부분 약물로 치료한다. 대표적으로 ‘폴피리녹스’, ‘젬시타빈’, ‘아브락산’ 등의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평균 6개월 이내에 약제에 대한 조기 내성이 생겨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위암 등 다른 난치성 암의 5년 생존율은 향상되고 있지만, 췌장암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췌장암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성 발생 과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두고 췌장암 세포 중 약물에 저항성이 없는 세포는 사멸하고, 저항성을 가진 세포만 살아남아 암을 진행 시킨다는 ‘잔류 이론’과 췌장암 세포가 스스로 항암제에 저항성을 가지게 진화한다는 ‘전이 이론’이 있다. 두 이론 모두 연구를 통해 제시된 근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2019년 1월부터 2020년 7월 사이에 수술을 받은 췌장암 환자 17명의 수술 조직을 활용해 면역, 종양 등 세포 변이의 특성을 알아내는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췌장암 세포는 항암 약물 처리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전이 이론’의 근거를 확인했다.
이에 더해 기존에 알려진 전이 이론 타입의 세포 외에도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형태학적 특성을 가지고 항암제 저항성을 일으키는 타입의 세포 종류 5가지 △Basal-like △Classical △EMT-related △Transitional △Ductal-associated 등을 추가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런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면, 췌장암 항암제 내성 발생을 차단하고 약물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 교수는 “췌장암에 항암제를 처리한 후 조기 내성이 발생하는 원리를 밝혀냈다”라며 “항암제 투여에 따른 저항성을 조기에 차단해 췌장암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유전학 학술지 ‘게놈 메디슨(Genome Medicine, IF 12.3)’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