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9100억 원으로 확대해 어려운 벤처투자 환경에 단비가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올해 펀드 결성을 위한 출자자(LP) 모집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1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2024년 모태펀드 출자사업 관련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기웅 차관 주재로 진행된 간담회는 2월 5일 예정된 2024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벤처투자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신진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 등을 비롯해 운용자산 규모 5000억 원 이상 중대형 벤처캐피털부터 1000억 원 미만 루키 벤처캐피털까지 고르게 참석했다.
오기웅 차관은 “최근 어려운 투자 여건 속에서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표명해 회복세를 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기부는 2024년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본예산 4540억 원의 2배 수준인 9100억 원으로 설정하고 1분기에 전액 출자사업을 진행해 벤처투자 조기 회복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루키리그 개편, 관리보수 합리화 등 시장 친화적인 제도개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간에 펀드가 결성될 수 있는지를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펀드 결성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루키리그에는 조금 공격적으로 기존 VC들이 잘 투자하지 않은 부분을 찾아 명확한 투자 목표를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사후관리위원회를 공식 운영해 새로운 기법이나 투자 방식을 적용하다가 불합리한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우려를 줄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VC 업계는 모태펀드 출자 규모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LP 모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건수 회장은 “모태펀드 예산이 대폭 증액돼 1분기에 투자되게 되면, 나머지 매칭하는 부분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며 “매칭에 대한 재원이 민간에서는 지금 상당히 위축돼 있고, (투자) 계획도 줄어드는 데가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모태펀드 수익률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벤처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줄이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신주와 구주의 가격 괴리를 줄이기 위한 세컨더리 시장 확대,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운용자산 1000억~3000억 규모 VC끼리 경쟁할 수 있는 리그 등 필요성도 주장했다.
권준일 하이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올해도 여전히 작년과 같은 LP 기근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민간 모펀드의 재원을 충당해줄 수 있는 곳은 금융기관의 경우 은행뿐”이라고 짚었다.
VC 업계는 한시적으로 기존 모태펀드 출자 비율을 상향해주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확대 등 방안 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은행권이 상생금융의 방안으로 벤처투자에 매칭해 출자하는 부분에는 감독평가에 가산점을 주는 등 혜택을 제공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오 차관은 “LP 시장이 좀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듣는데, 매칭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빨리 (결성을) 포기하면 페널티 없이 다음 펀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벤처투자에는 “올해는 출자한 이후에 계획하고 있는 LP 등에 대한 설명회 등 LP 모집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