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업체들의 대금 지금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중견 건설사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여파로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중소 협력업체들의 유동성 개선을 돕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기업의 재무 안전성을 드러낼 수 있단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두고 다수의 건설사가 협력업체의 거래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고 있다.
먼저 롯데건설은 롯데계열사와 함께 중소 파트너사에 대금을 조기 지급한다. 이는 당초 지급일에 비해 평균 9일 앞당겨 지급하는 것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올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와 관련해 우려가 불거지자 "현재 현금성 자산을 2조 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1조8000억 원도 대부분 연장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 진행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협력사 조기대금 지급으로 재무 안정성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 역시 순차입금 급증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제기된 바 있지만, 올해 180여 곳의 현장 협력사에 총 550억 원 규모 공사대금을 선지급 하기로 결정하며 이를 다시금 불식시켰다. 당초 예정일보다 최대 14일 앞당겨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명절 상여금, 급여, 원자재 대금 등 협력사의 유동성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동부건설은 기대하고 있다.
다른 건설사들도 앞다퉈 조기 지급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도 협력사를 위해 2200억 원 규모의 대금을 선지급했다. 앞서 지난해 설 명절에는 34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고, 작년 추석에는 대금 66억 원을 조기 지급하기도 했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2월 7일부터 15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거래대금 720억 원을 같은 달 6일에 선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지급 대상은 최근 포스코이앤씨와 거래하고 있는 928개 중소기업으로 거래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밖에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400여 개 협력사에 공사대금 1500억 원을 조기 지급했다. 양 사는 해마다 명절 전 협력사들에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해왔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연초부터 건설업계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조기 지급을 통해 협력사들의 자금 운용을 돕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