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사장은 OCI 지분 8.6% 획득, 양 그룹 최대주주 맞교환
동반 상생 공동경영에 합의…통합 그룹 사명과 CI는 추후 공개
장남 임종윤, SNS에 “통합 몰랐다” 표명…공식 입장 공개 할 것
국내 제약업계 매출 순위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이 소재·에너지기업 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과 통합 후 공동 경영에 나선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3남매 중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지분 맞교환에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생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고 지난 12일자로 공시했다.
최대주주도 바뀐다. 임 사장이 OCI홀딩스의 지분 8.6%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되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도 OCI홀딩스 지분(1.7%)을 갖게 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7.03%를 얻은 OCI홀딩스다. 하지만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을 따지면 지배력이 달라져 양측이 공존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췄다.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는 향후 통합 브랜드를 설립하고 사명, CI 등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이번 통합으로 신약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30여 개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연구개발(R&D)에 드는 비용도 많다. 최근 3년간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13% 이상이다. 그러나 이번 통합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약 개발에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OCI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50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도 덜게 됐다. 송 회장은 주식 대신 취득한 현물을 상속세 납부 등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OCI그룹은 기존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에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OCI그룹은 2018년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하며 제약·바이오사업에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이어 지난해 2월 부광약품을 인수했으며, 같은 해 11월엔 이우현 회장이 부광약품 단독대표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한미약품까지 인수하며 OCI가 제약·바이오 사업 역량 강화를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양 그룹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통해 각 부문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신규 사업 추진의 동력을 마련했다”며 “동반 상생 공동경영이라는 원칙과 합의를 토대로, 단계적인 사업 통합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발표 후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13일 코리그룹 트위터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이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 사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12.1%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에서 물러나 현재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최대주주이자 코리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다.
코리그룹 측은 향후 대응 방안과 공식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