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텍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텍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성장 동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야개발 분야와 지역을 넘나드는 M&A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아고 있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의 바이오텍 인수합병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말에만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로슈 등이 M&A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기업들은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를 확보하기 위해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파트너를 물색하는 중이다.
일라이릴리와 BMS가 관심을 둔 새로운 모달리티는 ‘방사성 의약품’이다. 일라이릴리는 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회사인 ‘포인트 바이오파마 글로벌’ 인수 절차를 지난달 27일 마무리했다. 계약 규모는 약 14억 달러(1조8200억 원)이다.
포인트 바이오파마 글로벌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적 물질에 연결해 방사선을 암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전립선암과 소화기관 신경내분비종양 대상 후보물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BMS는 방사성 의약품 회사 ‘레이즈바이오’를 약 41억 달러(5조3610억 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레이즈바이오는 소세포폐암, 간세포암 등을 겨냥한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와 함께 BMS는 조현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카루나 테라퓨틱스’도 약 140억 달러(18조1100억 원)에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로슈는 국경을 넘어 M&A를 추진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의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12억 달러(1조6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인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과 세포치료제 제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사멸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로슈는 영국의 진단기기 업체 ‘루미라Dx’의 현장진단 플랫폼 사업을 약 2억9500만 달러(3840억 원)에 인수한다. 로슈진단에 루미라Dx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루미라 Dx는 실험실 밖에서도 신속히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로슈는 가정, 약국, 진료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장진단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신사업 투자와 신규 모달리티 발굴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사며, 올해도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바이오텍 M&A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기술력이 있지만, 기업 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바이오텍이 M&A 시장에 다수 존재한다”라며 “대형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등 혁신 움직임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분야와 지역을 넘나드는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국내 바이오텍도 M&A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업계는 기존 사업 분야와 관계없는 신기술 확보를 시도하고, 기술이 훌륭하다면 기업의 지역적 거점을 고려하지 않는 과감한 M&A를 추진한다”라며 “국내 바이오텍들이 기업 가치를 피력할 근거 자료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