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저출산 해법, 정부 역할 바꿔야

입력 2024-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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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불확실성시대 매뉴얼 대응 안통해
지방정부에 맡겨 주민의견 모으고
기업·대학 함께 소멸위협에 맞서길

저출산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급격히 낮아지는 우리나라 출산율은 해외에서도 경제,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의 가장 큰 위협으로 조명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측면에서 상징적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과 같이 이전에 겪어 보지 못했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해법 대신 전략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먼저 위기의 원인은 복잡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은 카오스이론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는데, 작중에 설명된 나비효과는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 속에서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작은 요인의 변화만으로 예측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지구라는 시스템에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저출산은 그간 이루어진 많은 의사결정과 상호작용으로 우리 사회라는 시스템에 나타난 결과다. 따라서 몇 가지 원인을 추정해서 이를 해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단편적으로 제시된 문제 해결책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 분야에 대한 대규모 자원 투입은 다른 분야에 대한 자원 투입을 어렵게 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예컨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 예산이 대폭 투입되더라도 현재 출산 및 영유아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감소를 막지 못한다면 출산 및 육아의 어려움으로 가시적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는 잘 짜여진 전략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은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 2011년 후쿠시마에 쓰나미가 밀려왔을 때 일본 도쿄전력의 대응이 매우 실망스러웠던 게 그 때문이었다. 당시 그들은 매뉴얼에 기반하여 사고에 대응해 왔으나 그때의 쓰나미는 매뉴얼에서 상정한 최고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전략과 조직학자들은 복잡하고 모호하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는 매뉴얼이 없는 편이 매뉴얼이 지나치게 상세한 것보다 낫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훨씬 더 나은 것은 단순하고 명확한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제 사용자와 접점에서 상황에 맞는, 보다 즉흥적인 변화를 도입할 때 더 효과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지금 우리 정부에도 이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현재와 같은 정부조직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다. 출산 및 육아를 하게 될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수준에서의 실험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에서 시도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중앙정부는 일관된 목적과 우선순위, 저출산 해결이 왜 중요한지,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에 대한 지침과 예산만 배정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는 최대한 주민과의 접점으로 내려가야 한다. 중앙정부가 할 일은 지방정부의 다양한 실험이 어떤 효과를 거두는지를 잘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미래 국가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방정부 역시 시나 도 수준이 아닌 더 낮은 수준에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저출산은 기업이나 대학에도 중요한 위협요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저출산으로 영향받는 많은 기관을 한 곳에 모아 이들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지방정부에 정보로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복잡한 환경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할 때 문제 해결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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