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안전권 위협하는 구조문제 있어”
“10개월 만에 산업재해 사망 2명…이례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 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1ㆍ2심에서 선고된 형을 인용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첫 실형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 씨에 대해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28일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A 씨의 행위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 다수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형이 가장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됐다.
A 씨는 2022년 3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경남 함안군 소재 한국제강 야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의 사망 사고 이후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재판에 서게 됐다.
사망한 하청 노동자는 당시 무게 1.2톤, 규모 가로 3mㆍ세로 1.4mㆍ두께 6~12cm의 철제 방열판 앞뒷면에 있는 금속 찌꺼기를 제거하고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보수 작업을 맡고 있었다.
작업은 섬유벨트에 걸려있는 1.2톤 무게의 철제 방열판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뒤집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섬유벨트가 끊어져 철제 방열판이 낙하하면서 왼쪽 다리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고 하청 노동자는 좌측 대퇴동맥 손상에 의한 쇼크로 사고 당일 사망했다.
대표이사 A 씨는 올해 4월 창원지법 마산지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양벌규정 따라 함께 기소된 한국제강 법인에도 벌금 1억 원이 부과됐다.
1심 재판부는 “경영책임자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A 씨는 이전부터 업무를 도급받은 사업주 소속 근로자들이 한국제강 야외작업장에서 방열판 등 중량물을 취급해 작업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추락ㆍ낙하ㆍ전도ㆍ협착 위험을 예방할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 작업장에서 산업 재해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판결문에는 한국제강이 2020년 12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이 실시한 사고예방 감독에서 안전의무조치 위반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점, 그럼에도 2021년 5월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이 정기 감독을 나왔으나 또다시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돼 재차 벌금형을 부과받은 점을 적시했다.
A 씨는 2021년 5월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기소됐고, 항소심 끝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해당 사업장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올해 8월 부산고등법원은 “원심 양형 판단이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이번 사고는 2021년 5월 한국제강 사업장 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채 1년도 되기 전에 다시 생긴 것”이라면서 “약 10개월 만에 2명의 근로자가 같은 사업장 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