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하드웨어 시장이 구조적 정체기에 진입했다. 이번 경기 둔화 사이클에서 특히 프리미엄 신기술 TV의 수요 약세가 두드러진다. 이 와중에 TCL, 하이센스(Hisense) 등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다행스러운 점은 플랫폼을 통한 수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고,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스마트 TV를 활용해 광고, 콘텐츠, 데이터 기반 수익을 추구한다. 즉, 타겟 광고 배치, 홈 화면 배너 광고, 광고 클릭, 시청자 데이터, 홈 화면 서비스 배치, VOD 또는 FAST(Free Ad-supported TV) 서비스 수익 공유, 신규 가입자 유치, 리모컨 버튼 등 매우 다양한 경로로 매출을 일으킨다.
스마트 TV는 연간 TV 판매량의 95%를 차지하며, 전세계 12억6000만대가 설치 돼있어 보급률이 45%에 달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졌다는 의미이다. 소비자들이 TV를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인으로 스마트 TV의 성능과 대화면을 꼽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타이젠(Tizen)과 웹OS(WebOS)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TV 플랫폼 경쟁에 불을 붙였다. 시장 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TV 플랫폼 점유율은 안드로이드(Android), 타이젠, 웹OS, 로쿠(Roku) 등의 순이었다. TV 제조사별로 여러 플랫폼을 병행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하이센스는 5개 플랫폼을 채용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하드웨어보다 수익성이 월등하게 높고, 활성 장치에 기반해 매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난해 스마트 TV 광고 시장 규모는 304억 달러였고, 이 중 81%가 북미 시장에 집중된 만큼, 북미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FAST’라는 용어가 한국에서는 낯설겠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고,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광고 기반 무료 OTT 서비스를 의미한다. 옴디아에 의하면 FAST 시장은 2028년 127억 달러로 전망된다.
미국 내 FAST 채널은 1600개 이상이며, 플렉스(Plex), LG 채널, 플루토(Pluto) TV, 로쿠 채널, 삼성 TV+ 등 20여개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파라마운트의 플루토 TV, 폭스의 투비(Tubi), 컴캐스트의 수모(Xumo) 등 미디어 회사가 보유한 FAST는 지상파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점을 내세운다.
향후 FAST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협업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텔리(Telly)라는 업체가 ‘광고 제공 공짜 TV’라는 비즈니스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시청 데이터를 공유하고, 광고 디스플레이를 켜는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TV를 무료로 제공하는 형태이다. 55인치 TV와 48인치 광고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제품으로써 소비자를 유혹할 만하다. 게임 체인저가 될지, 찻잔 속 태풍이 될지 지켜보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TV 기업들이 플랫폼 사업에서 선전하기를 기원한다. 한국 테크 기업들도 사업 포트폴리오 선진화를 위해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면, 침체에 빠진 디스플레이 생태계에도 온기가 전해질 것이다. TV 사업은 애플과 같은 창조적 파괴자가 없다는 점이 다행일 수 있다. TV 플랫폼 사업만큼은 우리 기업들이 애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