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이땅의 비핵화를 소망하며…

입력 2023-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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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과 북은 대화의 창구가 완전히 막혀 있다. 통일부도 많이 답답할 것이다. 2018년 2월에 있었던 평창동계올림픽 때가 생각난다. 그 올림픽은 우리에게 메달만 많이 가져다준 게 아니다.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것이 더욱 값진 메달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그 대회를 대화 트기의 기회로 삼으려 했었다. 우리하고만 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도, 나아가 일본과도 대화하려고 했었다. 그들이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않는데 두 나라와의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인민의 삶은 더욱 곤궁해질 것이기에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자구책 마련은 대회가 끝나자 실패로 돌아갔다.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더욱더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까지 왔다.

북한이 열흘이 멀다 하고 핵탄두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반핵운동이 전개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서까지도 용인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언급하면서 통일이 되면 우리가 핵보유국이 되지 않느냐, 미국·중국·러시아·일본에 둘러싸여 눈치만 봐왔는데, 그럼 큰소리를 칠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는 견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북한이 만든 핵무기의 피해자가 미국뿐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 남한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냐고. 북한이 만에 하나 궁지에 몰리다 한국을 향해 선제공격을 하면 곧바로 미국이 반격할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핵의 사용은 자타공멸의 길로 가는 것이다. 핵무기의 피해가 남쪽만일 수는 없다. 일본의 두 도시에 투하된 핵폭탄을 생각해보자.

1945년 8월 6일이었다. 히로시마 시내가 막 깨어나고 있었다. 아침 8시 15분이었다. 가게 문을 여는 상인들, 가방 들고 학교 가는 아이들, 자전거 타고 공장으로 가는 직공들과 공무원들, 집의 가정주부들…. 다 함께 들었다. 땅을 뒤흔드는 폭발음을. 다 함께 보았다. 하늘 한가운데를 뚫으며 솟아오르는 어마어마한 버섯구름을. 도시 곳곳에 맹렬한 불이 일어나 하늘은 또다시 핏빛 노을로 물들었다. 누르스름한 버섯구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땅으로 내려와 골목골목을, 집을, 상점을, 학교를 마당 쓸 듯이 쓸었다. 순식간에 집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쓰러졌다. 그 아침에 20만 명이 죽었다.

사흘 뒤인 1945년 8월 9일 11시 2분, 나가사키 시내에 또 하나의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이번에는 확실한 사망자 숫자가 나왔다. 한순간에 7만 3884명이 죽었다. 7만 4909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들은 중추신경장애, 뇌막염, 대뇌혈관염, 각종 암으로 천천히 죽어갔다. 대를 물리며 뼈 마디마디가 저린 아픔이 이어졌다.

인류가 과연 22세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생태계 보호, 공해 방지, 핵무기 폐기, 지구온난화 대처 등을 함께 고민해 가지 않으면 대이변이 지상에 일어날 것이다. 북한에 핵을 폐기하고 우리 같이 경제발전에 힘써 온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자고 제안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남과 북이 상생할 수는 없는 것일까.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출발역이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라 부산일 수는 없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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