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와 시간선택제 활성화 통해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에는 '통계의 함정'이 숨어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연간 근로시간에는 자영업자 비중이 포함되는데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높은 해당 비중을 시간제 근로자와 동일 시 하면 여타 OECD 국가와의 근로시간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OECD 연간 근로시간의 국가 간 비교분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발표 기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01시간(전체 취업자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 더 길다. 이 수치만 볼때 한국 직장인들은 대개 야근 및 주말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OECD의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 임금근로자를 물론 주 30시간 미만으로 단시간 근무하는 근로자(시간제 근로자) 및 자영업자 등 모든 형태의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에 대해 KDI는 "국가마다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상이하므로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서로 다른 국가의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회원국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큰 반면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작은 탓에 연 간 근로시간이 길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취업형태 구성의 차이를 통제하면 한국과 여타 OECD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 격차가 상당히 감소한다"고 밝혔다.
KDI 분석 결과 2021년 기준 한국과 OECD 30개국 평균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 격차는 264시간(한국 1910시간, OECD 30개국 평균 1646시간)이지만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동일한 상황으로 상정하면 격차는 181시간(한국 1829시간, OECD 30개국 평균 1648시간)으로 약 31% 감소됐다.
KDI는 "OECD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함정이 많은 통계자료로 정확한 이해에 바탕한 면밀한 해석이 요구된다"면서 "서로 다른 두 국가 간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비교하고자 할 때, 오해의 여지가 가장 적은 명확한 방법은 동일한 취업형태끼리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즉 전일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는 시간제 근로자와 비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란 것이다.
다만 KDI는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아직 한국의 근로시간은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으로 추정된다"며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등이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초래하는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개선해 노동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 ·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취업자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다는 점은 향후 관련 노동정책 추진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기존 근로시간 관련 정책이 전일제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향후에는 유연근무제와 같이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늘리고 시간선택제 근로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일제 근로 아니면 구직 포기’라는 이분법적 노동시장 여건하에서는 유자녀 근로자와 같이 시간 제약이 큰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이는 유자녀 근로자의 경력단절과 저출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