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보관 중인 전기차 폐배터리가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블랙파우더로 재탄생한다.
환경부는 19일 제주특별자치도, 에스에프에코와 제주도에 보관 중인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전처리하는 시범사업 추진 업무협약(MOU)을 서면으로 체결했다.
전처리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배터리팩, 스크랩 등을 파쇄 또는 분쇄해 블랙파우더를 생산하는 것으로 블랙파우더(BP·Black Powder)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이차전지에 쓰이는 핵심 원료가 포함된 검은색 분말을 말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반납된 전기차 폐배터리는 제주도 내에서 재활용하거나 육지로 이송해야 하나, 이 지역에는 재활용업체가 없고 폐배터리를 육지로 이송할 경우 화재‧폭발 위험이 있어 제주테크노파크에 보관 중인 상태다. 보관 대수는 9월 말 기준 281대다.
이에 환경부와 제주도는 제주 지역 내 폐배터리의 안전한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 시설 설치를 검토했다. 그 결과 폐배터리를 전처리해서 만든 블랙파우더는 해상운송이 가능해 육지의 후처리 시설(제련 공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등 추출)로 보낼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액화질소, 액화천연가스(LNG) 냉열 등을 활용해 –50℃ 이하의 온도에서 배터리의 전해액을 동결시켜 전기를 차단해 화재나 폭발 위험을 제거한 후 초저온 동결파쇄 공법을 적용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전처리하는 것이다.
기존 폐배터리 전처리 방식이 수거→방전→파쇄→선별로 외부 충격 시 화재·폭발 위험, 오염폐수 발생 등의 단점이 있다며 이번 시범사업은 수거→초저온 동결파쇄→선별로 방전을 생략할 수 있고, 외부 충격에도 화재·폭발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환경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폐배터리 운송비용 지원, 관련 제도 정비 및 인허가 취득을 지원한다. 제주도는 유상 임대를 통한 부지를 제공하고,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공급 인허가 취득을 지원한다. 에스에프에코는 초저온 동결파쇄 전처리 설비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번 시범사업으로 제주도에 보관됐던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전하게 전처리해 육지의 후처리 시설로 이송할 수 있게 돼 유가금속 회수를 통한 공급망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LNG 냉열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중립과 순환 경제 전환 촉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현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배터리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전성 강화를 위해서 재활용을 통해 재생원료를 배터리 제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제주에서 보관 중인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전하게 재활용하고,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해 친환경 기술의 적용 확대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