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3% 올라 넉달 째 3%대 상승률을 지속했다. 다만 상승률은 4개월 만에 둔화했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경유 등 석유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5일 통계청이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100)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올랐다.
올해 6~7월 2%대로 하락했던 물가상승률이 8월(3.4%)·9월(3.7%)·10월(3.8%)에 이어 4개월째 3%대를 이어갔다. 다만 상승 폭이 올해 7월 이후 4개월 만에 둔화됐고, 전월(3.8%)보다는 0.5%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 둔화는 국제유가 하락세로 석유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5.1% 하락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를 0.25%포인트(p) 떨어뜨렸다.
유종별로는 휘발유가 2.4% 올랐지만 경유와 등유는 각각 13.1%, 10.4% 내렸다. 수입차 할인 등 영향으로 내구재 물가 상승률이 올해 10월 7.8%에서 11월 5.4%로 내려간 것도 전체 물가 상승폭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물가 상승 주요인으로 꼽히븐 농산물 가격은 13.6% 상승해 전체 물가를 0.57%p 끌어 올렸다. 13.6% 상승률은 2021년 5월(14.9%) 이후로 2년 6개월 만의 최고 상승폭이다.
다만 축산물은 도축마리수 증가, 정부측 공급 확대 등으로 1.3% 하락했고, 수산물은 공급 확대 등으로 1.8% 상승에 그쳤다. 이들 품목을 포함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6.6% 올랐지만 전월보다는 4.9% 하락했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고, 전월보다도 0.1%p 올랐다. 여전히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4%대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0% 상승했다. 이는 미국(4.0%), 유럽연합(EU.4.8%), 영국(5.6%)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0% 올랐다. 전월(4.6%)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됐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2.7% 올랐다. 이중 신선과실지수는 24.6% 상승해 전월(26.2%)에 이어 20%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중 과일은 55.5%나 급등했다.
과실은 1년 단위로는 크게 떨어지긴 해도 단기간내 하락하기는 어렵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7월 이후 국제유가 반등과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10월부터 국제유가가 진정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올해 8월초 수준까지 하락하고, 주요 농산물 가격도 수급여건이 개선되면서 전월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추세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계속 운영해 나가면서 물가·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우선 가격이 높은 일부 농축수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달 바나나, 닭고기, 대파 등에 시행한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히 반입되도록 유도한다.
또한 이달 초중순 종료 예정이었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예비비를 활용해 연말까지 연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