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시코기 잘 걸리는 ‘이 질환’…방치하면 마비까지 [올어바웃 댕냥이]

닥스훈트·토이푸들 등도 ‘강아지 디스크’ 취약…치료와 예방법은?

▲김규창 24시 SD 동물의료센터 외과원장이 진료실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24시 SD 동물의료센터)

#올해 9월 영국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왕실복장을 입은 수많은 웰시코기가 사람들과 함께 추모 행렬에 참여한 것이다. 이 행사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1주년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여왕은 평생동안 30여 마리의 반려견을 키웠으며, 그중 유독 웰시코기를 사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기다리던 웰시코기 ‘믹’과 ‘샌디’의 모습은 영국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여왕의 장례 이후 웰시코기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아 영국 내 웰시코기 검색량이 10배 뛰어올랐으며 분양가도 사흘 만에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웰시코기는 긴 허리와 짧은 다리, 그리고 하트모양의 엉덩이가 사랑스러운 견종이다. 하지만 귀여운 체형으로 인해 허리에 많은 무게가 실리기에 강아지 디스크에 매우 취약한 견종이기도 하다.

웰시코기와 체형이 비슷한 닥스훈트나 페키니즈 그리고 연골이형성품종에 속하는 토이푸들, 코카스파니엘, 프렌치 불독, 비글 등의 견종도 같은 원인으로 허리디스크가 흔히 발생한다.

이런 견종은 유전적으로 척추와 관절의 퇴행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 몸통 무게 대부분이 허리에 쏠려 허리디스크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섬유성변성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저먼셰퍼드나 리트리버, 도베르만 핀셔 등의 대형견종은 척수강 내부에 돌기가 발생해 신경을 압박하는 ‘워블러 증후군’이 생기기도 한다.

강아지 디스크를 발견할 수 있는 초기 특징은 산책할 때 갑자기 휘청거린다거나 뛰는 걸 피하고 잘 걷지 않으며, 가만히 서서 몸을 덜덜 떠는 등의 증상이다. 좀 더 심해지면 보행이 눈에 띄게 불안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등이나 배를 만지는 걸 피하거나 비명을 지르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통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김규창 24시 SD 동물의료센터 외과원장은 “허리디스크가 4단계까지 진행되면 걷거나 일어서지 못하고 배변·배뇨 장애가 일어나며 통증에 무감각해져 꼬집어도 모를 정도가 되기도 한다”라면서 “이 상태까지 되면 마비증상이 심해져 수술을 하더라도 운동기능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미지투데이)

강아지 디스크를 조기에 발견했다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한방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진행한다. 이 시기의 치료는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만약 발견이 늦어져 디스크가 2단계 이상으로 진행됐다면 영상 검사상 발견된 터진 디스크나 신경을 압박하는 척수강 내 돌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디스크가 3단계까지 진행되면 이미 마비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수술을 받더라도 상당 기간 재활운동과 치료를 병행해야만 한다.

재활운동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집에서 보호자와 함께하는 치료는 찜질, 마사지, 관절가동운동 등이다. 전문적인 치료법으로는 동물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침이나 온열치료와 같은 한방치료뿐 아니라 레이저치료, 신경근전기자극(NMES), 수중러닝머신을 이용한 운동치료 등이 있다.

강아지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척추에 무리를 주는 행동을 자제시키는 것이다. 두 발로 서서 애교를 부리거나 높은 곳에서 점프해 오르내리는 행동, 강마루나 장판 등 미끄러운 바닥에서 과격한 뜀박질을 하는 행동은 초기에 교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허리가 긴 견종이 아니더라도 강아지 비만은 디스크의 가장 큰 적이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동물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김 원장은 “반려동물의 나이가 7~8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은 꼭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