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거부권, 망설일 시간도 이유도 없다

입력 2023-11-30 05:00 수정 2023-11-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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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지옥도가 눈앞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없이 국무회의를 마쳤다. 이대로 가면 파업 공화국 불길이 전국을 태울 판국이다. 대통령 거부권 시한은 12월 2일이다. 재의요구가 없으면 바로 시행된다.

윤 대통령은 국회 상황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새해 예산안 등의 현안 처리가 급하고 중한 만큼 거대 야당을 자극하지 않을 묘수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딱하게도 그런 묘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다 마지막 여유 시간마저 소진될까 걱정이다. 정치가 경제를 망치기 일보 직전이다.

노란봉투법으로 통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할 악법이다. 특히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누구인지 쉽게 구별할 수 없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새 법 해석에 따라 갑작스레 사용자로 분류되고 처벌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민·형사 소송이 빗발치고, 위헌 소송도 꼬리를 물 것이다.

사용자의 재판청구권을 부인하는 내용 또한 헌법에 반한다. 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은 어제 ‘김선수와 민주당이 판 깐 노란봉투법’이란 제하의 본지 기고문에서 “우리 헌법에는 재산권도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노동권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청구를 참으라는 것은 노동자 세상을 꿈꾸는 구시대적 사고”라고 했다. “좌파 진영은 똘똘 뭉쳐 대통령의 거부권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팩트를 왜곡하고 억지논리를 펼치며 여론조작도 마다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빼고 보탤 것이 없는 정문일침(頂門一鍼)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정치 파업에 치중하는 귀족노조에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올해 1~9월 노사분규는 180건으로 지난해 연간 수치(132건)를 이미 넘어섰다. 2009~2021년 법원에 제기된 손배소 151건 중 142건(94%)이 민노총 상대였다. 그제 연임에 성공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당선 직후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노동자의 새로운 희망을 세우자”고 했다. 첫 연임 소감이 ‘윤 정권 퇴진’이다.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사명보다 정치 세력화가 우선인 것이다. 이런 세력, 이런 지도자에게 위헌 소지가 많은 초강력 무기를 쥐어주면 어떤 참사가 초래되겠나. 파업 폭주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중견·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38.8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바닥권이다. 노란봉투법까지 추가되면 기업과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하소연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불법 파업에 엄격하다. 손해배상책임도 폭넓게 인정한다. 이들 선진국도 다 지옥도를 겪어봤기에 그렇게 새길을 찾았고, 새 규칙을 세웠다. 우리가 굳이 다른 길로 갈 까닭이 뭔가.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는 지극히 당연하다. 망설일 이유도, 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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