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희귀질환 천포창으로 특정 부위 만성 물집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기존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종훈<사진>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은 천포창에서의 만성 물집 발생 매커니즘 및 국소 치료법의 효용성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천포창은 피부와 점막에 수포를 형성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정상적으로 외부 항원을 공격해야 할 항체들이 점막과 피부를 외부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면서 천포창의 수포를 유발한다. 전신에 나타나는 다수의 수포가 특징이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80%에 이른다. 스테로이드 또는 리툭시맙을 사용해 치료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천포창 환자에게 리툭시맙, 전신 스테로이드 등 전신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변이 잔존하면서 만성적인 물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완전관해(CR, Complete Response)를 위해 전신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장기간 지속하는데, 쿠싱증후군,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만성 재발성 수포창 환자의 경우 피부 병변이 특정 부위에 고정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집을 발생시키는 특정 구조가 피부 병변 내에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구조에 작용하는 매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또 국소 치료법으로도 이를 제거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천포창 환자에게서 치료가 되지 않는 만성 물집을 조사한 결과, 연구팀은 병변 근처에 3차 림프구 구조(TLS, Tertiary Lymphoid structure)가 존재함과 이들 구조 내에 자가 항원 특이 B세포와 CXCL13+CD4+T세포가 다수 존재함을 확인했다. TLS는 건강한 조직에서는 형성되지 않으며 만성 염증, 또는 암이 있는 곳에서만 형성돼 면역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면역체 공장’이다. 자가면역질환에서의 TLS는 결과적으로 외부 항원이 아닌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18명의 환자들에게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시행한 결과, 만성 병변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해당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최근 ‘임상조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CXCL13+CD4+T세포
케모카인 중 하나인 CXCL13을 발현하는 CD4+T세포를 말한다. 보조 T세포로도 불리는 CD4+T세포는 면역세포들의 다양한 면역반응을 돕는 세포다. 케모카인은 해당 케모카인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면역세포를 모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