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킬러 문항을 킬러라 부르지 못하고…”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입시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입시 업체들은 이 같은 반응을 줄곧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수능 5개월을 앞두고 ‘킬러 문항’ 배제라는 매우 이례적인 출제 지침을 내놓았지만, 수험생 설문·가채점 결과를 보면 “어려웠다”는 답이 90%에 육박한다. 교사들도 이번 수능이 ‘불수능’이라 불린 2022학년도 수준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번 수능 브리핑에서는 EBS에서 관련 보도참고자료까지 구체적으로 배포하면서 말 그대로 킬러문항이 배제됐다는 ‘일괄적 기사’까지 쏟아지게 됐다.
이는 EBS가 이번 모의평가에서 처음으로 국어·수학·영어영역 종료 후 출제경향 분석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일어났다.
EBS 대표 강사들은 이들 주요과목에서 킬러문항이 빠지고 공교육 연계성이 강화됐으며 과도한 추론·계산, 사전지식 요구가 없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공교육을 잘 따라가고 주어진 지문과 선택지를 꼼꼼하게 읽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킬러 없이 어떻게 변별력이 확보됐을 수 있다고 보느냐고 구체적인 예시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EBS측은 ‘공교육 철저히 받았으면 다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 식의 답을 했다.
마지막 영어과목 브리핑 때는 결국 기자들은 “모든 브리핑이 다 비슷하니 더 질문 나올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질문을 포기하기 모습도 보였다.
애초 킬러문항 자체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수능 출제의 핵심 기조로 제시하면서 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수학 22번 문제는 정답을 맞힌 수험생이 1.5%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당국은 단 한 개의 킬러 문항도 출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능 후 학원가는 벌써부터 입시 설명회가 한창이다. 수험생들은 킬러 없는 불수능에 사교육에 더욱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앞세운 ‘사교육 때려잡기’로 입시업체나 입시전문가들은 ‘킬러문항을 킬러문항’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 주문으로 시작된 수능 혼란 등 불안은 억지로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