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장래희망 조사에서 공무원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된 이후 처음이다. 반면 거센 ‘의대 열풍’으로 초등학생 학원에까지 의대 준비반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의사’를 꿈꾸는 학생은 늘었다. 자기적성 등을 파악하지 못해 희망 직업을 갖지 못한 학생도 중학생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직능연)은 '2023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26일 이같이 밝혔다. 이 조사는 지난 2015년 국가승인통계 지정 이래 교육부가 직능연에 의뢰해 매년 실시된다. 초·중·고 학생들의 장래 희망과 학부모, 교사의 인식을 파악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은 초·중·고 희망 직업 '톱 10'에 모두 들지 못했다. 중학생은 지난해 10위였던 '공무원'이 올해 17위로, 고교생은 '군인'이 3위에서 11위로 크게 밀려났다. 2015년 첫 조사 이후 중학생 희망직업 상위 10위에서 공무원이, 고교생 10위권에서 군인이 빠진 것은 처음이다.
초·중·고 희망 직업 톱3는 교사와 의사, 운동선수 등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학년별로 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1위는 운동선수(13.4%)였다. 2019년부터 같은 결과를 보여왔다. 2위는 의사(7.1%)로 지난해보다 2계단 상승한 반면 3위 교사(5.4%)는 한 단계 하락했다. 4위는 크리에이터(5.2%)가, 5위는 요리사·조리사(4.2%)가 각각 차지했다.
중학생의 희망 직업 상위권도 △교사(9.1%) △의사(6.1%) △운동선수(5.5%) △경찰관·수사관(3.8%)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 개발자(2.6%) 순으로 변동이 없었다.
고등학생도 1·2위가 지난해와 같은 교사(6.3%)와 간호사(5.9%)였다. 이어 3위는 지난해보다 6계단 상승한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3.7%)이 차지했다. 4위는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 개발자(3.6%), 5위는 의사(3.1%)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이전에 이뤄져 교권 침해 이슈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희망 직업이 없다"는 학생도 초등학생 20.7%, 중학생 41%, 고등학생 25.5%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학생 비중은 2018년 이후 매년 상승하며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부분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초등학생 43.9%, 중학생 54.6%, 고등학생 40.2%)이거나 '내가 잘하는 것(강점)과 못하는 것(약점)을 몰라서'(초 20.9%, 중 19.8%, 고 29.7%)라고 그 이유를 답했다.
신산업 분야 관련 직업을 희망하는 초·중·고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3D 프린팅 전문가와 드론전문가, 로봇공학자, 생명과학자 등 신산업 분야 직업을 희망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중학생의 경우 2013년 3.5%에서 올해 5.3%로, 고등학생은 3.6%에서 11.6%로 확대됐다.
고등학생들의 창업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고등학교 졸업 후 창업을 진로 계획에 포함한 비율이 5.2%로, 2015년보다 4.2%포인트(p) 증가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필요한 지원으로 '창업자금 지원'(59.5%)과 '창업동아리 지원'(17.3%), '창업가와의 만남 및 멘토링 연계'(11.4%) 등을 꼽았다. 고등학생 중에서 창업에 관심 있다는 학생 비율도 41.5%로, 작년(35.7%)보다 5.8%p 확대됐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국가통계포털과 진로정보망 누리집 '커리어넷'에 탑재해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