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종·입맛 맞춰 품목 늘리고
내손으로 직접 담는 ‘피킹’ 인기
“개인 취향 존중 현지문화 공략”
SPC그룹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가 빵이 주식인 미국 시장에서 까다로운 현지인들의 입맛 공략에 성공했다. 한 매장에서 300종 이상 품목을 판매하는 ‘다양화’ 전략이 통한 덕이다. 파리바게뜨는 기세를 몰아 2030년까지 북미 시장에서 100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미 그 비전은 꿈이 아닌 현실인 상황이다.
26일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이달 기준 미국 30개 주(州)에서 150개 매장을 열었다. 2005년 미국에 첫 매장을 열었는데 지난해 상반기 100호점을 돌파했고, 1년여가 지난 지금 50개 매장을 더 늘린 것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미국 곳곳에 널리 퍼져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인근 주요 지역을 비롯해 한인들이 많은 로스엔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등 서부 지역에서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 사업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뉴욕, 뉴저지, 보스톤 등을 잇는 동부 거점과 플로리다, 켄자스, 오하이오, 미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신규 지역에도 꾸준히 점포를 내고 있다.
SPC그룹은 향후 신규 진출할 지역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메릴랜드, 워싱턴, 하와이 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미국에 1000여 개까지 매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매장 수가 늘면서 올해 상반기 파리바게뜨 미국법인은 진출 후 첫 흑자를 냈다. 미국 내 가맹점 비율도 약 85%로 안정적 궤도다. 가맹사업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현지 시장에 브랜드가 확고히 자리를 잡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미국 진출 초기엔 한국식 베이커리의 현지 성공 여부에 대해 시장의 우려도 컸다. 미국의 경우 주식이 빵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욱 까다롭고 경쟁자도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파리바게뜨도 진출 초기엔 다소 고전을 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미국 베이커리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린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
미국 시장에서 파리바게뜨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다양한 품목’이다. 현지 타 브랜드 베이커리의 경우 100종 안팎의 빵을 판매하는 반면 파리바게뜨는 300종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미국은 인종과 출신 국가가 다양한 만큼, 품목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일례로 오피스타운과 상가가 밀집된 뉴욕 맨해튼 매장에서는 크로아상, 치즈케이크, 햄치즈 페이스트리 등 직장인의 식사대용 제품이 가장 인기가 높다. 이와 함께 한국식인 단팥빵, 꽈배기도넛, 슈크림빵, 찹쌀도넛도 잘 팔린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고객이 스스로 쟁반과 집게를 이용해 빵을 직접 고르는 파리바게뜨 특유의 피킹(Picking) 방식이 꼽힌다. 이는 한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빵 구매법이지만 미국인에게는 새롭게 다가갔다. 미국 베이커리에서는 줄을 서서 매장 직원에게 원하는 빵을 요청하면 포장해주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리바게뜨에선 고객이 빵을 구매하기 전 제품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네임태그(Name Tag)를 통해 내용물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보다 여유롭게 빵을 선택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현지 문화에 잘 맞아 떨어진 운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 삼아 동남아와 중동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19억 명의 무슬림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며, 2030년까지 동남아 시장에 600개 이상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