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수익률이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투자 수익률을 소폭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급등한 기술 관련 종목을 사들이며 투자 손실을 메꾼 결과다.
19일 본지가 개미들이 올해 초(1월 2일)부터 이날까지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평균 수익률은 각각 12.96%, 18.26%로 집계됐다. 서학개미가 동학개미의 투자 성적을 소폭 앞섰지만, 양 증시 개미들 모두 플러스 수익을 기록 중인 것이다.
같은 기간 동‧서학개미는 코스피지수(10.44%)와 뉴욕증시 3대 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5.47%), 나스닥지수(-13.41%)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학개미는 코스닥지수 상승률(17.63%)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18.04%)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보면 동학개미의 경우 국내 증시에서 △POSCO홀딩스(11조4726억 원) △LG화학(1조7877억 원) △포스코퓨처엠(1조2889억 원) △SK이노베이션(1조1502억 원) △에코프로비엠(9051억 원) 등 순으로 많이 순매수했다.
눈에 띄는 건 동학개미가 이차전지 관련주를 많이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이들이 △삼성전자(16조703억 원) △네이버(3조2263억 원) △카카오(2조2627억 원) △SK하이닉스(1조7164억 원) 등 순으로 반도체주와 기술주를 다량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동학개미는 삼성전자를 12조8339억 원 순매도했다.
올해 동학개미가 이차전지주를 다량 사들이면서 LG생활건강(-53.25%)과 한화솔루션(-40.82%) 등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낙폭이 종목의 손실을 만회해 비교적 양호한 투자 성적을 거뒀다. 수익률 158%를 넘긴 에코프로비엠과 POSCO홀딩스(67.63%), 포스코퓨처엠(58.89%) 등이 대표적이다. 세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95%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도 이차전지주의 내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을 앞두고 수요와 실적,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이차전지 업종은 주가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신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효과, 전기차 가격의 하락 등으로 수요는 언제든 회복될 수 있고, 2026년 신규 플랫폼을 탑재할 신차(SDV) 사이클을 생각하면, 현재의 우려는 한시적”이라고 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이 티어1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고, 밸류에이션이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진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차전지 업종 주가는 재차 조정이 나타나는 경우 트레이딩이 가능한 박스권 레벨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서학개미가 18%가 넘는 평균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던 이유는 아이온큐와 테슬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종목의 손실 폭을 만회한 덕이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상장지수펀드ETF(TMF)(10억8759만 달러) △아이셰어즈 20년 만기 국고채 ETF(TLT)(3억4922만 달러)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3억3401만 달러)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 ETF(SCHD)(3억3221만 달러) 등 순으로 매수했다. 미국 장기채 ETF를 포함한 ETF 매수세가 짙은 양상이다.
다만 올해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관련 ETF 가격이 하락하자 수익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학개미 순매수 1위를 기록한 TMF(-38.48%)와 2위인 TLT(-11.26%), 7위인 TLTW(-15.27%)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아울러 순매수세 3위를 기록한 SQQQ는 나스닥지수가 올해 하락하면서 –70.48%를, 8위를 기록한 SOXS는 반도체주의 약세로 79.53% 하락했다.
서학개미가 플러스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아이온큐(267.05%)와 테슬라의 일간 수익률 1,5배를 추종하는 TSLL(168.96%) 덕분이다. 두 종목을 제외한 순매수 상위 8종목 수익률은 –31.68%다.
양자 컴퓨팅 시스템 개발 기업인 아이온큐는 양자 컴퓨터 도입에 관심이 쏠리면서 올해 급등했다. 테슬라는 올해 200달러 선이 무너지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사이버트럭 재판매 금지 규정 이슈와 인도 자동차 관세 인하 등 호재가 겹쳐 반등했다. 14일(현지시각)에는 테슬라 주가가 6.12% 상승 마감하며 관련 ETF도 함께 급등했다.
한편 증권가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금리가 인하하면 미 국채 ETF 또한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성장주가 반등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이익전망 하향 조정세가 가팔라질 수 있지만,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의한 반등기에 대체로 그랬던 것처럼, 멀티플 반등 속도가 이익전망 하향 조정 속도를 압도할 것”이라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눌려 있던 성장주가 이익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반등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