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 속 활기 도는 이태원…“핼러윈 대목 아닌 안전 우선해야죠” [이태원참사 벌써 1년]

입력 2023-10-25 15:47 수정 2023-10-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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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주기 앞두고 활력
불법 증축물·도보 방해물 ‘여전’
다중 인파감지시스템 등 대책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서 관계자들이 '10.29 기억과 안전의길'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서 관계자들이 '10.29 기억과 안전의길'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핼러윈 대목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놀러 오는 분들의 안전을 우선시해야죠.

25일 이태원 일대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동찬(가명·38) 씨는 “이태원 참사 직후에는 간신히 버텼는데, 요새 장사는 꽤 잘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손님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여러 상품권도 발행하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며 “어느덧 1년이 지났는데 이태원에 오시는 모든 분이 안전하게 놀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핼러윈을 앞두고 참사를 겪은 이태원 일대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상인들과 시민들은 떠들썩한 핼러윈 행사보다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방문한 이태원 일대 곳곳에서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걷는 많은 시민을 만나볼 수 있었다. 세계음식문화 거리에서 유명한 식당 앞에서는 외국인들이 줄지어 자리 안내를 기다리거나,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온 얀(34) 씨는 “워낙 큰 사건이라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이색적인 한국의 거리를 볼 수 있어서 좋다”라며 “이곳이 아픔을 이겨내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게문화음식거리에서 외국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게문화음식거리에서 외국인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 골목 뒤편에는 CC(폐쇄회로)TV가 설치됐고, 미끄럼방지판도 깔려있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근방에는 인도와 차로의 구분이 명확했고, 거리도 깨끗하게 정비된 모습이었다. 현재 참사 현장 골목길은 26일 조성이 완료될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공사로 인해 막혀있었지만, 골목에는 시민들이 붙이고 간 추모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다.

이태원 일대는 시민들의 방문 빈도가 잦아지면서 상권도 서서히 생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이태원 참사 직후 절반 이하로 떨어졌던 인근 상권 매출이 약 80%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태원 일대 곳곳에서는 여전히 불법 증축 건물, 비좁은 도로 등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참사 발생 골목을 벗어나 세계음식문화거리나 퀴논길을 둘러보면 불법증축으로 보이는 건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비좁은 골목 곳곳에 있는 가게들은 출입구를 우회하는 안내판을 붙여두기도 했다.

실제로 용산구에 따르면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279건이 불법증축물로 적발됐다. 구는 이 가운데 199건에 대해 이행강제금 2억6450만 원을 부과했다.

이주현(26) 씨는 “주변이 직장이어서 참사 이후에도 이태원에 자주 오는 편”이라며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은데 안전과 관련해 크게 달라진 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중 인파 한꺼번에 몰리면 ‘알림’…“이태원·홍대 등 가동”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건대맛의 거리를 방문해 다중 인파 감지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건대맛의 거리를 방문해 다중 인파 감지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서울시는 올해 핼러윈부터 CCTV를 통해 인파 밀집도를 자동 감지하는 시스템을 16곳에서 운영한다. 시는 인파 밀집 정도에 따라 자치구, 경찰, 소방과 합동해 안전관리대책을 시행한다. 아울러 시는 연말까지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71곳에 CCTV 909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핼러윈 기간 인파감지 시스템이 작동되는 곳은 △종로구 익선동 △용산구 이태원 △서대문구 신촌~연세로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왕십리역 인근 한양대 상점가 △광진구 건대입구역 등이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를 찾아 인파밀집에 대비한 ‘인파감지 시스템’과 관련한 현장을 점검하고, 실제 150명의 시민이 밀집한 상황을 가정해 합동 대응훈련을 시행했다.

시는 좁은 골목(30㎡)에 인파 밀집 단계를 세 단계로 나눠 주의 단계는 1㎡당 3명(약 90명), 경계 단계는 1㎡당 4명(약 120명), 심각 단계는 1㎡당 5명(약 150명)이 밀집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훈련은 시민들이 골목에 밀집한 상황을 보고, 지나가던 행인 두 명이 119에 신고하는 상황을 가정해 시작됐다. 119를 통해 접수된 신고 내용은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에도 동시에 공유되고,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해 유관기관에 전파되면서 스피커·인력투입 등으로 인파 해산을 유도했다.

이날 오 시장은 “좁은 골목길에서 인파가 밀집됐을 때 대응하고 그 상황을 타개할 훈련을 진행했다”라며 “특히 훈련을 통해 자치구와 소방, 경찰 등이 서울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점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 상황에서 보다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 완성도를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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