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시스템 운전 시 운전자 의무완화 필요
일반자동차와 비교…자율주행車 보유자 책임↑
“제작자‧보유자‧보험자 이해관계 다각 고려해야”
반면 레벨 3 자율주행자동차는 교통 환경에 따라 자율주행, 긴급상황 시 시스템에 의한 제어전환 및 운전자에 의한 수동운전이 복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책임귀속 문제가 복잡하다. 레벨 3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사고 발생 시 누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부담을 지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Level 3(조건부 자동화)는 우리나라 안전기준 제111조 제1호 부분자율주행시스템에 상응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제3단계, 이른바 부분 자율주행시스템과 관련된 논의에 집중되고 있다.
레벨 3에서 자동운전을 시작할 때는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상황과 도로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되는 자동화장비,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된 일체의 장치인 ‘자율주행시스템(ADS‧Automated Driving System)’에 의해 자율주행차가 안정적으로 운행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자동운전(DDT‧Dynamic Driving Task)이라 함은 전방주시, 차량제어 등 자동차의 주행(종방향‧횡방향 이동)과 관련된 일체의 업무를 의미한다. 이러한 자동운전은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와 같은 운행가능영역(ODD‧Operational Design Domain, 도로‧기상‧교통 등 자율주행시스템 기능이 정상적이고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는 영역) 내 특정조건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자율주행시스템 운행 중에 특정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ADS) 사이에서 자동운전에 관한 권한을 운전자에게 전환을 요구하는 ‘운전전환요구(TD‧Transition Demand)’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레벨 3 부분자율주행과 관련해 제작, 운행, 보상기준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레벨 3 안전기준은 자동차관리법에 ‘자동차로유지기능의 성능기준’, ‘운전자모니터링시스템의 성능기준’,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의 성능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 운행기준은 도로교통법에 규정돼 있는데,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하는 동안에는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상의 모든 주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담당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무면허운전금지, 음주운전 및 과로운전금지, 안전의무 등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의무를 동일하게 부담해야 한다(도로교통법 제43조 내지 제55조). 다만 운전자가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해 운전하는 경우 운전 중 휴대전화나 영상 시청, 영상장치 조작 등은 허용된다.
보상기준은 자배법에 규정돼 있다. 개정 자배법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서도 기존의 운행자책임은 동일하게 적용한다. 자동차보유자의 보험으로 피해자 구제를 우선 실시하되, 자율주행시스템 결함이 사고원인인 경우 보유자의 보험회사가 제작사 등 책임 있는 자에게 구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先) 보상, 후(後) 구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구상에 필요한 사고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 등을 조사해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사고원인 규명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최근 이 같은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자율주행시스템 운전 시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 차량제어의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자동차운전자와 동일한 의무 부과는 자율주행차 운전자의 이용 실익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둘째, 일반자동차와 비교해 자율주행차 보유자의 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자율주행사고 시 운전자의 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한 피해자 보호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제작자‧보유자‧보험자 등의 이해관계를 다각적으로 고려한 책임 체계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제작자의 무과실 엄격책임을 인정한다면 자율주행차 산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보유자의 지나친 책임 범위 확대는 소유와 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보험자의 과도한 책임 강화는 재정적 부담과 함께 소비자의 보험료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우리의 목전(目前)에 와 있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