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최근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시안’을 통해 고교 내신 평가에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방식을 병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고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10명 중 6명은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 전환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면 절대평가가 2025학년도부터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더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추진된 교육 정책들을 보면 진정 이번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교육개혁을 수행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며 “2028학년도 대입제도 시안은 일반고에 불리한 대입 정책이기 때문에 불공정한데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사걱세는 지난달 13~14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3.1%p)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추진을 위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로 고교내신 절대평가 전환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5.4%가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는 전체의 60%가 동의한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사걱세는 “고등학교 모든 학년, 모든 과목에서 5등급 상대평가하는 내신제도는 어떤 과목에서도 등수 경쟁에서 미끄러져서는 안되는 살얼음판의 고교교육 환경을 조성하며 고교학점제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성적 취득에 유리한 수강이 아닌 진로·적성을 탐색하는 차원에서 작동되게 하려면 무엇보다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면 개편하는 정부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수능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에 전체 56.2%가 ‘찬성’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찬성 응답이 1.9%p 더 높은 58.1%로 나타났다.
사걱세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 운영하도록 한 교육부의 정책 추진 이후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상당히 강화됐다”며 “강화된 수능의 영향력과 촘촘한 상대평가를 유지한 채 고교에서는 수능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을 진로와 적성에 맞게 선택해 수강하라는 것은 어불성설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존치 결정에 대한 부정 평가는 전체 5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8∼29세 응답자의 60.3%가 특목‧자사고 유지에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으며, 중고생 자녀를 둔 연령대로 볼 수 있는 40대에서는 66.8%가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사걱세는 “고교 교육을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교육 주체들이 고교서열화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사걱세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는 고교학점제의 무력화가 명약관화한 이 시안을 철회하고 고교내신과 수능 모두에 전면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교육부는 이에 따라 종합적인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필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