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주지의 사실…의대 뿐 아니라, 연쇄 이동 가능성”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의대가 없는 대학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이 ‘의과대학 신설’보다 ‘기존 의대 정원 증원’ 쪽으로 기울면서다.
18일 대학가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이 가시화되면서 의대 유무에 따라 대학의 희비가 갈릴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의대가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의 경쟁력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학생이 타 대학 의대로 반수하는 경우가 많아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서울 주요 대학 가운데 의대 보유 대학은 가톨릭대(정원 93명), 경희대(110명), 고려대(106명), 서울대(135명), 성균관대(40명), 연세대(110명), 이화여대(76명), 중앙대(86명), 한양대(110명) 등이다. 의대가 없는 대학은 서강대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이 해당한다.
정부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서울지역 A대학 입학처장은 “솔직히 당장 의대를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아직까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특별한 대책은 없다.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빠져나고 반수생이 당분간 많아질까 걱정이 크다”며 “신입생 수급과 재학생 관리를 하는데 힘을 더 쏟아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대학이) 의대는 없지만 융합전공을 통해 바이오메디컬 등 의학 관련 연구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조만간 간접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지역 B대학 입학처장은 “당장 학교 차원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정식적으로 대책 논의를 한 적은 없다”면서도 “우리 대학이 인문학 중심 대학이긴 하지만, 세상이 자연, 이공계 중심으로 변하는 것에 따라 대학에서도 자연계열 신설학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과학계에서도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지역 C 대학 이공계열 교수는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열 진학 기피는 불 보듯 뻔하고 기존 연구자들마저 의학계열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며 “의대 블랙홀로 인해 여러 과학 부문에서 국가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짚었다.
대학뿐 아니라 지자체도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남은 의대 신설이 관철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남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1.7명’, ‘전국 광역지자체 중 의대가 없는 유일한 지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지역은 사립대 의대가 많기 때문에 기존 국립대 의대만 정원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 충남지역은 충남지역 의대 입학정원은 133명(단국대 40·순천향대 93명)이고, 대전은 199명(충남대 110명·건양대 49명·을지대 40명)이다.
학원가는 벌써부터 ‘의대 마케팅’ 등 의대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일부 학원들은 ‘의대 진학·준비반’ 증설을 검토하는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사 수를 늘려야만 의대 열풍도 장기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의사가 부족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며 “반수생을 비롯해 ‘N수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의대뿐 아니라 치대와 한의대, 수의대까지 연쇄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