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 미분양 부담을 털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공공택지가 이달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또 3기 신도시 공공택지도 지난달 1순위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부동산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줄줄이 미분양이 속출하고, 앞서 분양받았던 택지까지 반납하는 등 위기감이 번진 것과 정반대다.
11일 LH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 소재 부천원종 공공택지지구 B1은 4일 1순위 분양 접수에서 마감됐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택지 입찰에는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상반기 상황과 정반대다. 부천원종 B1은 수도권과 가까운 핵심 입지로 평가받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 년 가까이 미분양으로 남아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2순위 청약 신청을 받았지만, 입찰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올해 6월에도 분양 추첨을 진행했지만, 신청한 건설사가 없었다. 이후 지난 4일 시행한 세 번째 공고에선 상황이 반전한 것이다.
부천원종 B1 이외에 다른 LH 분양 택지에도 건설사의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등 수익성 악화 우려로 건설사들이 외면했던 3기 신도시 택지도 1순위 마감에 성공하는 등 온기가 퍼지고 있다.
이날 LH에 따르면 남양주왕숙 공공주택지구 S-1은 지난달 18일 신청 결과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이곳 역시 복수의 건설사가 신청해 최종 낙찰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남양주왕숙 S-1은 올해 초 최초 공급에 나섰지만, 한 차례 쓴맛을 봤다.
이 밖에 지방에서도 LH 공공택지 매각이 줄줄이 진행되고 있다. 경남 사천시 일대 사천선인 택지는 지난 6월 3필지를 공급해 두 곳이 입찰했고, 최종적으로 한 곳이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강원 원주시 남원주역세권개발지구도 기존 토지계약 해약으로 재매각 공고를 진행했으며, 연내 계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렇듯 최근 시장 분위기 선회 이유는 LH의 미매각 토지 판매를 위한 자구책 시행과 정부의 공동주택용지 전매 완화, PF지원 정책 시행 등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LH 관계자는 “부천원종은 가격을 재산정했고, 남양주왕숙은 지난달 18일 두 번째 공급에선 기존 ‘임대주택 건설형’에서 ‘일반분양’으로 토지 용도를 전환해 공급했다”며 “상품성을 개선하고 선납할인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선납할인율은 LH 토지와 주택, 상가 등의 대금을 미리 내면 할인해주는 제도다. LH는 5일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할인율을 기존 5.0%에서 5.5%로 0.5%포인트(p) 인상했다. 반면, 지연손해금률(연체이자율) 8.5%(임대주택 6.5%)와 할부이자율(3.5%)은 상향하지 않았다.
여기에 정부는 9.26 주택공급대책에서 공공택지 전매제한을 한시적(일 년)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대기 수요가 있는 양질의 택지 거래를 허용해 건설사의 택지 수요를 늘린 것이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현재 건설사들이 새로 아파트를 지을 택지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고, 일반 택지보다 분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공택지에 민간 건설사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도 우려와는 다르게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시장이 괜찮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정책 지원까지 예고되자 건설사의 택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정부와 LH의 지원책은 일시적이고 전체 부동산 경기 회복은 더딘 만큼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연내 부채 비율 축소를 위해 토지 매각을 서두르는 특수한 상황이고, 온기가 더 확산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미매각 용지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번 미매각 공동주택용지 매각이 시장 호전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