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관악구청장 “'반쪽' 지방자치 손봐야...'관악S밸리' 벤처요람될 것”

입력 2023-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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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지난달 26일 관악구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악구청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지난달 26일 관악구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관악구청
박준희 관악구청장에게 지난 여름은 특히 잔인했다. 숨이 턱턱 막히던 폭염의 끝자락, 신림동 일대에서 시한폭탄 터지듯 흉악범죄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자치구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살아나던 지역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좌절이 몰려왔다. “달동네 이미지를 벗기 위한 돌파구로 혁신을 해보려고 굉장한 노력을 쏟았고,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거든요.”

악몽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까. 관악 등산로 성폭행 사건 발생 약 한 달 후인 지난달 26일 관악구청장실에서 만난 그는 “순찰을 강화하고 생활안전팀 부서도 만들고 비상벨·지능형 CCTV 등 인프라 확대 계획을 통해 상당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가 우려됐던 골목상권에도 희망이 보였다. 박 구청장은 “50억 정도 발행한 신림역 상권회복 특별상품권이 10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며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해 상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악구는 1㎡당 평균 월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아픈 곳을 후벼파는 줄 알면서도 궁금했다.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지정까지 받아내며 기지개를 켜던 관악구가 왜 흉악범죄자의 ‘타깃’이 됐는지를. 박 구청장은 “유동 인구와 1인 청년 세대가 많은 게 영향을 준 걸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인천 강력범죄자가 신림역 부근에 가봤더니 사람 엄청 많더라면서 온 거에요. 금천구에 살던 사람이 관악구 등산로에 CCTV가 없어 보여서 그랬다고 하잖아요”. 그가 구청장협의회에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게 관악구만 잘해서 막아질 일인가. 서울시,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이기도 하다.

‘반쪽짜리’ 지방자치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우리 나름대로 관제센터 인력 늘리고, 순찰 인력 늘리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총액인건비제한 기준을 넘어서면 패널티를 받는다. 자치구 실정에 맞게 운영을 하고 다음 선거에서 주민이 평가하면 될 일이지 이걸 왜 중앙이 잡고 있냐”고 했다. 따지고 보면, 자치구별로 범죄 발생 빈도와 유형에 차이가 있다. 대응도 달라야 하지만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별로 없다. 체급이 다른데 적용 기준이 동일한 셈이다.

‘서러우면 출세하라’고 했던가. 관악을 벤처창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박 구청장의 의지는 그래서 더 확고해졌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하는 ‘관악S밸리’가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창업도시로의 기틀을 다졌다. ‘경제구청장’을 표방한 그는 관악구가 품은 최고의 자원인 서울대의 활용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벤처 불모지에 가까웠던 관악구에 약 380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임기가 끝나는 2026년까지 1000개 이상을 유치하는 게 박 구청장의 목표다. 그는 “서울대가 낙성대역 인근에 조성하고 있는 벤처창업공간이 곧 준공한다. 벤처창업의 요람을 만들겠다는 꿈은 서울대가 없으면 상상도 못한다. 기업이 즐비한 강남구와 함께 우리가 벤처육성지구로 선정된 건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외부 재원 확보로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며 ‘곳간’도 채웠고, 서울시도 서남권 균형발전 신속 추진 사업 선정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과제도 있다. 박 구청장은 관악 S밸리 성공을 위해 부지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몸집을 불리는데 이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그는 “박원순 전 시장 때부터 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있는데 여기를 좀 풀면 좋겠다고 했는데 박 전 시장이 안 풀어줬다. 오세훈 시장 들어오고 얼마 전 서울시가 나서면서 우선추진지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성대 5만평 풀고 1000개 기업들이 입주하면 서울시도, 정부도 여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주거 문제 해결도 필수다. 이를 잘 아는 박 구청장은 청년주택에 힘을 주고 있다. “신림역 근처 신원시장이 3종 주거지역이었는데 준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인센티브 주는 부분에 대해 청년주택으로 기부채납을 받으려 하고 있다. 남태령 우측에 보면 바위산이 있는데 그쪽에도 청년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관악구는 청년 인구비율이 4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상상은 끝이 없다. “지금은 문화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한다. 역사·생활·예술문화 콘텐츠가 구정에 잘 담기고 이게 청년정책과 융화하면서 혁신경제도시에 이어 문화청년도시를 완성하는 게 최대 목표”라고 더 큰 꿈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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