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연준에 중동發 리스크 확산
연내 환율 1400원대 터치 가능성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달러예금 잔액은 약 531억7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12억8600만 달러)보다 13.23%(81억1300만달러) 감소한 수치로, 한화로 11조 원 가량(환율 1351원 기준) 줄어든 셈이다.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돌파하자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1300원대 초반을 유지하던 달러값은 7월 1200원대를 찍으며 원화값 강세를 보였지만, 8월 말 1321.8원에 이어 9월 말 1349.3원까지 치솟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등락을 반복하던 중 지난달 말 1349원까지 오르자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면서 “달러를 팔고 엔화 예금 등 다른 상품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킹달러’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에 대한 소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49.9원)보다 0.4원 내린 1349.5원 마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가 글로벌 외환시장에 가장 큰 이슈인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추이도 주목해야 할 변수가 됐다”면서 “이번 주 환율 예상 밴드는 1320~1370원”이라고 짚었다.
연내 달러당 원화값의 1400원대를 터치할 가능성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펀더멘탈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원·달러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 “1360원을 1차 저항선으로 뚫릴 경우 140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고 봤다.
올해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예금 잔액은 ‘들쭉날쭉’한 모습이다. 1월 680억5300만 달러였던 잔액은 한 달 만에 59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 3월에는 628억5100만 달러로 소폭 증가했다가 다시 574억63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5월(607억5400만달러), 6월(588억5300만달러) 증감을 반복한 이후 7월 말부터 2개월 연속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