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맛’은 여의도 증권가에도 등장했다. 상장사 소액주주가 그들이다. 이들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연대를 이뤄 강력한 단체 행동에 나선다. 연대는 온라인 카페나 유튜브 등을 통해 결집하고, 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해 지분을 모은 뒤 기업에 목소리를 낸다. 최근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의 경우 이렇게 모은 이화전기 지분이 16%에 달한다. 개미 각각은 ‘소액’ 주주에 불과하지만, 연대를 통해 최대주주와 겨룰 만큼의 ‘마라맛’ 파워를 만든 셈이다.
연대끼리의 결집은 좀 더 이례적이다. 개미가 모여 연대가 되고, 각 기업의 연대끼리 또 결집한 것이다.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이화그룹 3사의 거래정지 관련 집회에는 KH건설, 삼목에스폼, 셀리버리 등 기업 소액주주가 연대연합으로 함께했다. 중앙집권화한 활동이 아닌, 산발적으로 퍼져있는 개인이 이렇게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놀라운 양상이다.
기업 성장에 ‘마라맛’ 소액주주가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강경한 주주행동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기업가치 제고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소액주주를 취재하다 보면 기업 구조에 능숙하고, 투자한 기업에 애정이 큰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기업에 얼얼한 한 방을 날리겠다기보단,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취지다.
이들의 목소리가 기업 지배구조나 주주환원책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한다면 연대의 주주행동이 ‘마라맛’ 못지않은 매력적인 매운맛이 될 것이다.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환원은 한국 증시 저평가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해결이 되면 향후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해볼 만도 하다. ‘마라맛’ 소액주주의 적극적 행동이 국내 기업과 증시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hand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