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부터 버킷리스트 작성까지
‘웰다잉 교육’으로 유족들 혼란도 줄일 수 있어
이 교수는 한국상장례문화학회장, 한국죽음교육협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삶과 죽음, 장례문화를 위한 연구 활동을 폭넓게 하고 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장례를 사전에 잘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로 본인의 죽음을 인지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웰다잉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죽음만큼 우리에게 큰 사건이 없다”며 “사람들은 본인의 자산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다 알고 있으면서,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는 챙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얼마나 더 살고 싶은지’, ‘본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묻고 대답하면서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웰다잉 교육의 첫 번째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말하는 웰다잉 교육의 시작은 ‘당신의 죽음은 어떨 것 같은가’ 등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죽음이 실제로 일어나게 될 사건임을 깨닫는 것이다. 그는 “‘몇 살까지 살고 싶은지’ 등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며 평소에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죽음을 직면할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단순히 ‘너 장례 어떻게 치를 것이냐’며 대뜸 죽음을 들이미는 건 폭력과 다름 없을 것”이라며 차근차근 죽음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후 순서는 죽음이 도래했을 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언장 등을 미리 작성해보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복지관 등에서 웰다잉 교육을 하면 영정사진도 미리 찍는다”며 “임종심리학을 배우면서 임종 순간의 환자와 그 유족들의 심리를 케어하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게 되면, 죽기 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할 수 있다. 그는 “사후 시신 처리나 유산 문제 등도 미리 정할 수 있게 되고, 죽기 전 꼭 이뤄야 할 일들인 일명 ‘버킷리스트’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며 “가령 싸웠던 사람과 화해를 한다든지 그런 것들도 웰다잉 교육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웰다잉 교육을 미리 받으면 가족의 죽음을 마주할 때의 혼란도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이 실제로 다가올 일임을 알기에, 평소 고인과 헤어짐을 생각하고 고인의 존재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을 회피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사람이 가족들의 장례에 더 정신없을 수밖에 없다”며 “웰다잉 교육을 받으면 고인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고인이 살아있었을 때 내가 잘한 일과 못한 일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웰다잉 교육을 미리 받은 사람은 유족으로서 가족의 죽음을 잘 받아들이고 장례식장에서도 편안히 조문객을 맞거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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