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사진>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화상 인터뷰에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약산업의 경우 스마트팩토리 도입이 꼭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제약산업은 제조행위 하나하나가 법규 또는 사내 절차문서로 세밀하게 규정돼 있고, 이를 어길 시 의약품의 품질에 영향을 끼쳐 엄정하게 준수해야 한다. 특히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 규정상 모든 제조행위는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며,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실시간 감시·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확한 기록’, ‘실시간 감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인 분석·조치’, ‘수집데이터 분석을 통한 최적화’ 구현을 위해선 스마트공장 도입이 필수라는 것이다.
단순 자동화시스템 구축은 근본적인 의미의 스마트공장이 아니라는 의견도 내놨다. 박 교수는 “로봇이나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단순히 생산성과 생산속도 향상, 사람에 의한 실수 차단 등을 한다고 스마트공장으로 정의할 수 없다”며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는 고객 요구를 적기에 고객맞춤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적응형 인공지능(Adaptive AI), 빅데이터 관리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여러 제약회사에서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스마트공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지속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실시간 피드백 실현을 위해선 적응형 인공지능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정된 알고리즘과 규칙만으로 작동하는 AI와 달리 새로운 데이터, 피드백, 경험을 기반으로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공정에선 한 공정의 작업자가 앞뒤 공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생산 전반에 걸친 문제 파악이나 효율 향상이 쉽지 않다. 스마트공장은 공정간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 받아 전체 관점에서 최적화, 효율화를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자율제어와 예측이 가능한 스마트공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스마트공장은 설계와 개발, 제조, 유통, 물류 등 생산과정에서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ICT를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만족도 등을 향상한 ‘지능형 생산공장’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특히 박 교수는 시장 변화에 따라 스마트공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불과 20~30년 전 제약·바이오기업 순위와 지금 순위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며 “완전히 순위가 바뀌었다. 핵심은 스마트공장과 같은 토탈 솔루션을 구축했느냐다. 현재 두각을 보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시스템을 일찌감치 준비했기 때문에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제약산업계에서 스마트공장 도입은 더디다. 박 교수는 “제약을 전문으로 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며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 스마트공장은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생산이 가능하고, 모든 설비와 장비의 능동적이고 예측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한다.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영진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돕는 만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