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무직 근로자, 공무원 아냐”…국도관리원 차별처우 첫 판단

입력 2023-09-21 15:52 수정 2023-09-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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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식 전날 김명수 대법원장 마지막 전원합의체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 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2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 2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1일 국도관리원 임금 사건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도관리원’으로 불리는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 산하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 또는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다.

국도관리원은 공무원이 아니고,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 계약직 근로자다.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무기 계약직 근로자를 공무직 근로자라고도 부른다.

피고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는 국토부 소속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는 네 가지 수당과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은 운전직 및 과적단속 공무원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각 수당 상당액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 2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재판장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 2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재판장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의 무기 계약직 근로자로서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면서도 “그러나 원고들과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고, 공무원들과 원고들을 달리 처우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2심 또한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다수 의견(7명)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 전합은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고용상 지위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거나 공무원이 원고들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피고가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가족수당, 성과상여금 등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날 대법 전합 판결은 22일 퇴임식을 갖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전원합의체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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