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어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2020년 1월 기소된 지 3년 8개월 만이다.
최 의원은 모 법무법인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원 씨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줘 조씨가 지원한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어제 판결에 앞서 1·2심 재판부는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유죄를 인정했다. 2심 판결이 나온 것이 2022년 5월이다. 최종 판결까지 1년 4개월이 더 걸려 유죄가 확정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주심이 약 1년 동안 재판을 잡고 있다가 지난 6월에야 전합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어제 나온 최종 결론으로 미루어 이번 사건을 전합으로 넘길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간 의문스럽지 않다. 소부 소속 대법관 4명의 의견이 엇갈리거나 새 판례를 만들 필요성이 있을 때 사건을 전합으로 넘기는 것이 상례 아닌가. 시간을 끄는 데 불과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질 수밖에 없다. 최 의원은 결국 4년 임기 종료를 얼마 안 남긴 상태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이래서야 뭔 실효성 있는 판결인지 알 길이 없게 됐다. 뭔 형사사법이 이런가.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김명수 대법원 6년은 석연치 않은 행태로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키운 암울한 시기로 기억되기 십상이다. 재판 속도에서부터 그랬다. 김명수 대법원은 자유민주주의 핵심 가치와 맞닿는 형사사건 재판의 처리 기간을 고무줄처럼 늘려 공정성 시비를 자초했다. 2017년 대선과 관련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명수 대법원은 2021년 7월에야 최종 판단을 내렸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무려 4년 2개월 만에 내놓은 판결이다. 김경수 당시 경남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토록 오래 뜸을 들여 확정한 것이다.
유사 사례가 무수히 널려 있다. 2020년 1월 기소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은 4년이 다 돼 가도록 여전히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 ‘최강욱 사건’의 몸통 격인 ‘조국 사건’ 역시 아직 2심이 진행되고 있다. 1심까지 3년 2개월 소요됐다. 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의원(무소속) 사건은 기소 후 1심 판결에만 2년 5개월이 걸렸다. 이들 사건 모두 종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法諺)이 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은 딴판으로 돌아갔다. 전국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은 민사소송의 경우 3배로, 형사소송의 경우 2배로 늘었다. 최강욱 사건은 빙산의 일각인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힘은 국민 신뢰에서 나온다. ‘사법의 정치화’에 앞장섰던 이들은 편향된 판결을 일삼고 재판 기일도 고무줄처럼 늘려 결국 신뢰의 기반을 크게 훼손한 것은 아닌지 성찰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