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중국 부동산위기 면밀한 대비를

입력 2023-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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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부동산급락 겹친 中
가계부채 높은 한국도 안심못해
위기轉移 경계...충격완화책 찾길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1980년대부터의 산업화·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가운데 도시 주택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급성장하였다.

특히 중국 지방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지역 개발이 성과로 측정되고, 토지를 팔아 쉽게 재정을 마련할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앞장섰다.

부동산 개발업은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중국 경제의 고성장을 견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가격은 빠르게 상승하였으며, 그 상승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어졌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의 주택가격은 서울, 뉴욕, 도쿄의 주택가격과 비슷해질 정도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유명한 선전에서는 코로나 시대를 맞았던 몇 년 전까지도 평균 집값이 평당 24만 위안을 돌파하는 등 기록적 상승세를 보였다. 대도시 쏠림에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과도한 부동산가격 상승이 거품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여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우리의 토지 공개념 같은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기조 아래 부동산시장 규제에 나섰다.

은행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부채 비율 관련 3대 레드라인(허용 한계선) 조건에 부합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을 연장하거나 신규대출이 불가능해지면서 부동산 회사들의 자금줄이 막히게 되었다. 금융기관은 상환 능력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이에 따라 부동산 회사들은 기일 내 상환하지 못하여 결국 파산하였다.

2021년 말 중국의 민간 1위 부동산 회사인 헝다의 디폴트로 시작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비구이위안 등 다른 초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채무불이행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부동산 대출이 규제되고 부동산 회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자 급기야는 자금난으로 아파트의 공사가 중단되고,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도 큰 피해를 보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상환을 거부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중국은 경기침체마저 지속되면서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와 지방 정부는 다양한 거시 금융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위기를 진단하는 서방 측과 중국 측의 견해는 확연히 다르다. 서구의 전망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단순히 부동산 위기를 넘어 지난 40여 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내온 ‘중국식 성장모델’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이번 위기가 그동안 추진한 디레버리징 정책으로 야기된 만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과거만큼 화끈한 대응책을 내놓기보다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확대되면 복잡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이 광범위하게 얽히고설켜서 판이 커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중국의 경제적 위상으로 볼 때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록 중국 부동산 관련 직접적인 투자는 적을지언정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좀 특별히 달리 봐야 할 점이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움직임과 환경이 우리나라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돈이 핵심 산업이나 첨단 기술 부문이 아니라 부동산 분야로 유입되고,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60~70%로 매우 높다. 부동산가격 폭등은 심각한 빈부 격차를 초래하고, 집값이 너무 높아지자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

우리도 현재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금융권마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1997년 동남아 국가에서 발발한 외환위기가 한국에 전염되었듯이 자칫 중국 부동산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만일 이웃 중국의 부동산 위기에 전염되어 가뜩이나 간당간당한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크게 요동치게 될 때 가계부채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참작하면 부동산발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전담반을 구성하여 중국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보면서 만일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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