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자동차 속에 스며든 항공기 기술 5가지

입력 2023-09-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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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의 역사는 인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유인 우주선이 본격화될 무렵, 이 과정에서 개발한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 예컨대 차가운 음식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전자레인지 역시 우주 개발 과정에서 등장한 기술이다. 집 안 청소를 돕는 진공청소기 역시 유인 우주선이 등장하면서 고안해낸 아이디어다.

항공우주산업의 발달은 단순히 그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신기술이 속속 우리 삶으로 파고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에 쓰이는 다양한 기술 가운데 항공기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도 여럿이다.

1~2차 대전을 거치면서 항공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 기술은 전쟁이 끝난 이후 하나둘 자동차 속으로 스며들었다. 우리 주변 자동차 속에 숨어있는 항공기 기술을 알아보자.

▲자동차의 안전벨트의 시초는 항공기였다. 캐노피가 없던 시절, 항공기가 거꾸로 날아가는, 이른바 '반전비행' 때 조종사가 추락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의 안전벨트의 시초는 항공기였다. 캐노피가 없던 시절, 항공기가 거꾸로 날아가는, 이른바 '반전비행' 때 조종사가 추락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게티이미지뱅크)

◇비행기에서 시작한 좌석 벨트 역사

1차 대전 당시 항공기는 전투보다 정찰의 역할이 컸다. 요즘 전투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성능을 지녔으나 당시 이들이 얻어온 정찰 정보는 지상군에 적잖은 힘이 됐다.

당시 항공기는 요즘처럼 캐노피, 즉 조종석을 둘러싼 유리 덮개가 없던 시절이었다. 비행기가 거꾸로 날아가는 이른바 '반전 비행' 때 자칫 조종사의 추락을 막기 위해 좌석 고정 벨트가 등장했다.

이후 1930년대 자동차 경주에서 좌석 벨트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면 요철을 넘을 때마다 드라이버가 좌석에서 튕겨 나갈 때가 많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좌석 벨트가 등장했다.

▲자동차의 리어 스포일러는 항공기 날개와 같은 원리다. 다만 항공기는 날개 끝에서 양력을 만들고, 이 날개를 거꾸로 장착한 자동차 스포일러는 날개 끝에서 다운 포스, 즉 차를 노면으로 짓누르는 힘을 만든다.  (출처=미디어포르쉐)
▲자동차의 리어 스포일러는 항공기 날개와 같은 원리다. 다만 항공기는 날개 끝에서 양력을 만들고, 이 날개를 거꾸로 장착한 자동차 스포일러는 날개 끝에서 다운 포스, 즉 차를 노면으로 짓누르는 힘을 만든다. (출처=미디어포르쉐)

◇비행기 날개를 거꾸로 장착한 리어 스포일러

항공기는 크게 4가지 힘으로 하늘을 날고 땅으로 내려온다.

앞으로 나가려는 추력, 공기와 지면 마찰로 인한 항력, 공중으로 떠오르는 양력, 땅으로 내려오려는 중력 등이다. 4가지 힘을 적절하게 조절할 때 항공기는 이륙해 하늘을 날고 땅으로 내려온다.

이 가운데 날개 끝에서 얻는 힘이 양력이다. 중력보다 양력이 더 클 때 항공기는 이륙할 수 있다.

이때 좌우 날개 끝에서 양력이 발생한다. 자동차 뒤쪽에 달리는 날개, 즉 스포일러는 이 원리를 이용한다. 다만 항공기처럼 날개 끝에서 양력을 일으키는 게 아닌, 거꾸로 날개 끝에서 차를 바닥으로 짓눌러주며 이른바 '다운 포스'를 만들어 준다.

고속 주행 때 뒷바퀴에 실리는 접지력을 키워주는 동시에 주행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차 안전 기술의 전환점이 된 ABS도 항공기 기술

이제 자동차의 기본 안전 장비가 된 ABS 브레이크도 항공기에서 시작했다. 항공기가 착륙 때 바퀴의 잠김을 막아주는 장치에서 출발했다. 1929년 프랑스의 항공기 제작사에서 비행기에 도입한 것이 최초다.

1970년대 말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 양산 차에 활용했고,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대중화됐다.

평소에는 제동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되 바퀴가 잠기는 순간부터는 바퀴를 잠갔다 풀기를 반복하는 원리다. 강하게 제동을 걸면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고, 미끄러운 노면에서 안정적으로 차를 세울 수 있다.

ABS 브레이크의 개발을 기점으로 자동차 안전에 대한 역사가 달라진다. 자세 제어 장치를 포함한 다양한 안전 장비의 밑그림에는 ABS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냉전 시대 속에서 미국과 소련은 막대한 군비 경쟁에 나섰고, 당시 기준으로 3세대 전투기가 속속 등장했다. 이 무렵 조종사가 공중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속도와 고도 등 다양한 비행정보를 전투기 앞유리에 투영시켰다. 이 기술은 오늘날 자동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거듭났다.
▲1980년대 냉전 시대 속에서 미국과 소련은 막대한 군비 경쟁에 나섰고, 당시 기준으로 3세대 전투기가 속속 등장했다. 이 무렵 조종사가 공중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속도와 고도 등 다양한 비행정보를 전투기 앞유리에 투영시켰다. 이 기술은 오늘날 자동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거듭났다.

◇전투기에서 가져온 HUD 시스템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이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막대한 군비 경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첨단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공중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눈앞에 속도와 고도 등 다양한 정보를 투영해주는 장치가 등장했다. 이 장치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시초다. 1990년대 말 BMW가 이를 가져와 양산형 자동차에 처음 적용했다.

◇정속 주행 장치도 비행기에서 출발

1980년대 초 국산차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정속 주행 장치 역시 항공기에서 시작했다.

1980년대 자동차의 정속 주행 장치는 요즘처럼 일정한 연료 분사를 바탕으로 속도를 유지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먼저 가속 페달을 밟아 일정 속도를 유지한다. 버튼을 누르면 가속 페달과 엔진 사이를 연결된 '와이어'를 꽉 붙잡는 원리였다. 늘 시속 100km에서 정속 주행 장치를 작동한다면 항상 같은 부분을 붙잡게 된다. 결국, 그 부분에서 와이어가 끊어지는 고장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자동차의 정속 주행 장치도 항공기 기술 가운데 하나다. 일정한 고도까지 상승하고 연료 분사와 추력 등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자동 운항 장치에서 시작했다.

항공기는 일정 속도 이상을 유지해야 공중에 뜰 수 있다. 자칫 속도가 줄어들면 양력을 잃어 추락하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자동 운항 장치다.

▲오늘날 자율주행자동차의 근간은 정속주행장치의 개발에서 시작했다. 이 역시 항공기의 자동운항장치에서 가져온 기술이다.  (출처=뉴스프레스UK)
▲오늘날 자율주행자동차의 근간은 정속주행장치의 개발에서 시작했다. 이 역시 항공기의 자동운항장치에서 가져온 기술이다. (출처=뉴스프레스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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