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누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나

입력 2023-09-06 05:00 수정 2023-09-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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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디지털뉴스부장

‘공교육 정상화’에 국민 공감 커
국회도 교권보호에 법적 뒷받침
‘악성민원’ 학부모 의식 바꿔야

‘공교육 멈춤의 날.’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향한 곳은 학생들이 있는 교실이 아니라 집회 현장이었다. 날 선 눈빛과 날카로운 외침이 가득한 여느 집회 현장과 달리 이들의 집회에는 슬픈 눈물과 무거운 침묵이 가득했다.

사상 유례없는 교사들의 집단 행동에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며칠 사이 반복된 비극적 사건에 충격을 받은 대다수 국민은 교사들의 행동을 지지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공교육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교사들의 주장에 공감했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정부와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교권보호 종합대책과 생활지도 고시 등을 제정했고 국회는 교권 보호를 위한 4대 법안(교원지원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한 상황이다.

물론 갈 길은 아직 멀다. 국회는 9월 국회 본회의에서 4대 법안 입법을 반드시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나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종합대책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단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았다. 학부모들의 변화다. 교사들은 최근 일련의 비극적 사건의 원인을 ‘악성 민원’으로 꼽는다. ‘내 자식 귀한 줄만 아는’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교권 추락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이 전국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교권 침해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2390명 중 2370명(99.2%)이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특히 교권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49%)이 가장 많았다고 답했다.

사례도 공유됐다. 한 교사는 수업을 예정대로 마치고 점심식사 후 개별하교 하도록 했는데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며 신문고, 교육청에 민원이 제기됐다고 한다. 또 학생끼리 싸웠다는 신고가 들어와 당사자 간 속상한 점을 이야기하고 사과하게 한 것을 두고 ‘아동학대’라고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다.

수업 시간뿐 아니라 근무 시간이 아닐 때도 수시로 걸려온 민원 전화에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경우는 다수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한 외신은 한국의 교권 침해 실태를 조명하며 기사의 제목을 ‘한국에서 교사의 자살이 학부모들의 괴롭힘을 드러냈다’라고 잡았다. 이 기사에는 한국의 학부모들이 교사를 업신여기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그 원인에는 국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부모가 고등교육을 받게 됐다는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부모들이 자신이 낸 세금으로 교사들에게 봉급을 준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들이 (갑질을 해도 된다고) 강하게 믿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참으로 천박한 일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교육활동에는 교사의 역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의 역할 역시 중요하며 이는 법으로도 명시돼 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제6조에 따르면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 수업 및 각종 활동에 성실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교의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간섭이나 민원이 아니라 교사들과의 지원과 협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이제 학부모들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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