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평균(10%)보다도 낮아
“증권가 유리천장 고질적 문제…시간 필요할 것”
최근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증권사 고위급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에 ‘유리천장’이 깨지지 않았는 뜻이다.
5일 본지가 국내 10대 증권사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분기 말 기준 이들 증권사의 평균 여성 임원(미등기임원 포함) 재직 비율은 8%로 집계됐다. 총 718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은 66명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상장기업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앞서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월 말 기준 상장사 269곳의 이사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중 10%가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적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총 47명의 임원 중 여성임원은 1명(2.1%)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하나증권(4%), 메리츠증권(4.3%), KB증권(5.2%), 키움증권(7.1%), 대신증권(8.6%) 등도 여성임원 비율이 한 자리대였다.
여성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 해도 인원으로 보면 적은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여성임원 비율이 14.8%로 10대 증권사 중 가장 높지만, 총 27명의 임원 중 여성임원은 4명에 불과하다. 2위인 미래에셋증권도 임원이 총 276명이나 되지만, 여성임원은 35명(12.7%)에 그쳤다.
고위급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더욱 낮다. 실제 10대 증권사 중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박정림 KB증권 사장뿐이다. 박 사장은 국내 증권사 중 첫 여성 CEO다.
여성임원을 늘리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있지만, 실효성 문제가 남아있다. 2021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자기자본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을 특성 성(性)으로 구성할 수 없다. 다만 법을 어겨도 처벌 등의 제재 방법이 없다. 실제 10대 증권사 외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많다.
업계에서는 여성 인력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가도 ESG 경영을 많이 신경 쓰지만, 그중에서도 지배구조보다는 친환경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남성 중심적인 인력 구성이 너무 오랫동안 고착화 돼 여성임원을 늘리는 데에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