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상당수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신청하는 등 단체행동에 동참하면서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이 현실화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장·교감뿐 아니라 시도교육청 본청과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현장에 대거 투입돼 수습에 나서는 등 교육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취합한 ‘9·4 임시휴업 실시 학교 현황’에 따르면 임시휴업을 진행한 초등학교는 전국 37개교 집계됐다. 지난 1일 집계한 30개교보다 7개고 늘었다.
교육부는 집단행동에 참여한 교사 징계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하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 다만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기존 방침이 변한 것은 아니라서 앞으로 징계 수위와 규모 등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교사 징계에 대한 방침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원칙이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파면과 해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이런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교원·교장·교감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징계 등 언급이)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며 “추모하는 마음들에 대해 교육부가 소통하기보다 불법을 거론하며 징계와 형사고발을 강조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날 서이초에는 추모를 위해 학교를 찾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이초는 재량휴업을 결정하고 오전 9시부터 운동장 등 공간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집에서부터 흰 국화를 준비해 들고 왔다는 현직 교사 A씨는 "계속 기분이 안 좋았는데 오늘이 진짜 마지막 날이니까 더 미룰 수가 없어서 왔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들 둘과 함께 추모하러 왔다는 학부모 B씨는 "아이들은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했다"며 "가시는 마지막까지 너무 쉽게 놓쳐버릴까 봐 아쉽고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왔다"고 말했다.
오후 3시 서이초 강당에서는 '49재 추모제'가 추모제가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렸다. 유가족, 서이초 교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참여했다.
이 부총리는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추모하는 것은 더 좋은 학교가 되길 바랐던 선생님의 간절했던 소망을 잊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더 이상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가장 앞장서서 선생님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교육감으로서 가늠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는 전국 교사들이 국회에 모여 추모 집회를 열고 극단선택을 한 교사들의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 법 개정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집회에는 약 2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모 집회서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9월 4일은 끝이 아닌 시작의 날"이라며 "다시는 어떤 교사도 홀로 죽음을 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지킬 것이고 우리가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사들은 △故 서이초 교사 진상규명 △5개 교원단체가 합동 발표한 ‘교원보호 입법발의 공동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