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소식에 막차를 타려는 차주들이 몰리면서 8월 주담대가 2조 원 이상 폭증했다. 이 영향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2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 원이다. 이는 7월 말(679조2208억 원)보다 1조5912억 원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증가 폭은 2021년 11월(2조3622억 원)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가계대출 급증의 영향은 주담대에 있었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14조9997억 원으로, 전월(512조8875억 원)보다 2조1122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 폭도 지난해 12월(2조3782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다.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급기야 50년 만기 주담대를 비롯한 은행권의 가계대출 실태에 대해 지난달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대출을 통해) 나간 돈이 주로 어느 분야에서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연령 제한 등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KB국민·하나·NH농협·Sh수협은행, 카카오뱅크 등 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임원을 불러 가계대출 회의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선 50년 만기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기준을 40년으로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차주들의 총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막바지 혜택을 놓치지 않으려는 차주들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몰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8월 말까지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겠다고 밝힌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25~31일 주담대가 5082억 원 폭증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분위기를 인식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50년 만기 주담대의 DSR 산출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금융당국은 이번 주 중 50년 만기 주담대 개선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대상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0일부터 주담대 대상 조건을 '세대 합산 기준 무주택 세대'로 변경했다. 기존엔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제공하던 주담대를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이번 결정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 가계대출은 주담대가 신용대출 하락분 이상으로 늘면서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아직 올해 2~3월 실적 수준으로, 전년 말 대비 역성장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건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막차를 타려는 차주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9월 가계대출도 이들에 의해 증가세가 좌우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업대출 증가 폭도 올해 들어 가장 컸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기업대출은 747조4893억 원으로, 전월(738조8919억 원)보다 8조5974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확대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은 올해 기업금융 강화에 힘쓰며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