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는 ‘쓰레기’ 아닌 순환자원…제도 정비 시급”

입력 2023-08-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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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부터 다섯 번째)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부터 다섯 번째)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K배터리’는 부자재 수급 문제로 전기차 폐배터리 10개를 재활용하지 못하고 334일 동안 공장에 보관했다. 이후 폐기물인 전기차 폐배터리를 법정 보관 기간인 30일을 넘겨 보관했다는 이유로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대표 A 씨에게 징역 6월을 구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모빌리티 분야 규제뽀개기 모의재판’을 개최했다.

세 번째로 열린 이번 ‘규제뽀개기’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자율주행 영상정보 활용, 수소선박 등을 둘러싼 규제를 주제로 삼았다. 법령과 규제 내용이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해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모의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인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부장판사)가 판사, 박정난 교수(전 검사)가 검사 역할을 맡았다.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변호사,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경기동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각 사건의 변론을 진행했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벤처기업 현직 대표 3명이 사건의 피고인으로 참석했다.

첫 사건에서는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 전기차 폐배터리가 폐기물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김후곤 변호사는 잔존수명이 70~80%인 전기차 폐배터리를 쓰레기 등과 같은 폐기물로 분류해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합리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김 변호사는 “어디에도 폐배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며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이러한 모호한 규정에 대해 기소된 것은 죄형법정주의를 명확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보관 기간을 180일로 완화하는 개정을 했으나 급속도로 성장하는 산업 현실을 고려할 때 아직 미흡하다”며 “더 보관한다고 해서 사용 후 배터리가 토양오염이나 대기오염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고, 시장 선도, 공급망 선도 측면에서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 역할을 맡은 최성훈 에임스 대표는 “폐배터리는 향후에도 자원으로서, 앞으로 미래의 경쟁력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상품화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의 사정을 많이 양해해달라”고 호소했다.

‘AI 학습을 할 수 없는 영상정보’ 사건에서는 얼굴을 민감정보로 해석하는 것이 ‘과잉해석’인지와 AI 학습이 개인정보 처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 사건에서 ‘K모빌리티’는 배달 로봇의 자율주행 시 안전성 확보와 사고 예방을 위해 행인들의 의도파악 등을 위한 얼굴정보를 AI 학습하다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해 재판에 넘겨졌다.

구 변호사는 배달 로봇이 촬영한 안면정보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어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AU 학습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목적이고 개인 식별 목적이 아니므로 개인정보 처리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안면정보를 민감정보로 해석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고 항변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자율주행을 위한 학습을 진행한 것은 더 안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더 나은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구현하기 위함”이라며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최후변론을 했다.

‘K조선’ 사건은 수소연료전지 격벽 기준 등을 물리적으로 충족할 수 없어 건조검사를 받지 못한 소형 수소선박에 대한 처벌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경기동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잠정기준에 따른 때 수소연료전지 추진선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잠정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며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판단할 때 ‘K조선’이 건조검사를 받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칠환 빈센 대표는 “우리나라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규제 아닌 규제’로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게 소형 수소선박에 적합한 제도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부분 선박 엔진 및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소선박 산업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모의재판은 신기술과 제도의 불일치를 조명하고, 최근 모빌리티 분야의 제도적 쟁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개최된 만큼 선고기일을 제시하면서 판결은 내리지 않았다.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규제개선은 기업, 정부, 국민, 전문가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뽀개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법‧제도의 발전방향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촉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영 장관은 “신산업 분야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국민의 공감이라는 큰 힘을 바탕으로 안전성과 혁신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는 규제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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