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심리학] 묻지마 대량살인, 전 세계 처벌 수위와 해결책은

입력 2023-08-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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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엘파소 총격범, 종신형만 90회 선고
사형제 없는 플로리다, 살해범에 종신형+2208년형
희대 살인마에 21년형 선고한 노르웨이선
형량 부족하다며 사법개혁 촉구 목소리
전문가들 “한국, 국가 주도 안전망 강화 필요”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부각되는 것이 바로 국민 법감정이다. 오랜 기간 선고 형량에 불만을 품어온 국민은 피의자가 법정에 서기도 전에 ‘3년형’, ‘5년형’ 등을 예상하고 미리 재판부를 비난하곤 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묻지마’ 대량살인이 잦아지면서 국가 간 처벌 수위를 놓고 비교하는 경우도 늘었다. 국가마다 채택하고 있는 법률 제도가 다른 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외국 법정에서 중형이 선고되는 모습을 보며 한국 사법 체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미국 CBS뉴스에 따르면 2019년 엘파소 월마트에서 시민 23명을 살해한 총격범이 지난달 연방법원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주목할 점은 검찰이 증오범죄 혐의 45건과 총기 사용 혐의 45건에 모두 종신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총 90회의 종신형을 모두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종신형은 1회로도 충분하지만,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텍사스 주법원이 진행하는 별도 재판에서 총격범이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6월엔 클럽에서 소총을 난사해 5명을 죽이고 19명을 다치게 한 범인이 콜로라도 주법원으로부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5회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와 별도로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해 2208년형을 추가했다. 콜로라도주는 2020년 사형제를 폐지해 사형을 집행할 수 없지만, 대신 이 같은 중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검찰 측은 이마저도 만족하지 못해 판결 후 사형제 부활을 촉구했다.

▲노르웨이 대량 학살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지난해 1월 18일 가석방 공판 첫날 법정에서 나치식 경례를 하고 있다. 시엔(노르웨이)/AP뉴시스
▲노르웨이 대량 학살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지난해 1월 18일 가석방 공판 첫날 법정에서 나치식 경례를 하고 있다. 시엔(노르웨이)/AP뉴시스
2011년 노르웨이에선 총격과 폭탄 투척으로 77명을 살해한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2018년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이 사건의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2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법정 최고형이 21년인 노르웨이는 형이 만료되면 5년씩 연장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당시 현지에선 법을 바꿔 형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의소리(VOA)는 “50년 전만 해도 노르웨이 사법 체계는 처벌에 초점을 맞췄지만, 1960년대 후반 교도소의 가혹한 환경에 대한 반발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친절한 대우와 재활을 강조하는 사법 개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레이비크 사건은 노르웨이의 관대한 사법 제도의 한계를 시험했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브레이비크는 이번 주 인권침해를 이유로 정부에 소를 제기했다. 수감된 11년 동안 경비원을 제외한 누구와도 만나지 못해 극심한 고립을 겪었다는 게 이유다. 브레이비크의 항변은 되레 노르웨이 사법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당장 처벌 수위를 높이기 어려운 가운데,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복지시스템과 사회안전망, 더 많은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효종 고려대 범죄학 교수는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살인 등 강력범죄 발생률은 다른 나라보다 매우 낮다”면서도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적 유대감이 없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감정적이고 도구적인 사회 지원 시스템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현재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공공 시스템이 없다. 이 부담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며 “한국에도 은둔자나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더 많은 사회 기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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