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ㆍ스타트업 기술탈취 대응과 보호 전략은…“비밀유지협약 체결 의무화해야”

입력 2023-08-22 15:45 수정 2023-08-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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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A 사는 투자를 하겠다며 접근한 대기업의 기술제공요구에 응했다가 기술을 빼앗겼다. 사업자 등록증만 놔둔 상태에서 대표가 혼자 밥벌이를 하면서 뛰어다닌 끝에 최종적으로 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조정에 이르기까지 7년이 걸리면서 A 사는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벤처ㆍ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가 이어지면서 최근 5년간 중소기업 기술탈취 피해액은 2827억 원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비밀유지협약(NDA) 의무화 등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벤처‧스타트업 기술 탈취 대응방안과 기술보호 전략’을 주제로 제8차 KOSI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벤처기업, 스타트업의 핵심 자산인 기술과 아이디어 탈취 분쟁사례와 대응현황을 살펴보고, 기술탈취 예방, 근절을 위한 기술보호 제도의 개선방안과 기술보호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석영 알고케어 프로는 “알고케어는 AI 영양 관리 디스펜서를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대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했다”며 “법적 대응과정에서 2개월간 업무가 올스톱될 정도로 피해가 컸고, 보안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 프로는 “스타트업은 대응 인력이 부족해서 법적 대응 자체가 힘들고, 관련 법이 나뉘어 있어서 각 기관에 커뮤니케이션을 따로 해야 한다”며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실질적으로는 피해액 산정이 어렵고 산정한 금액이 대기업 입장에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향후 피해기업에 보안책임을 묻기 전 NDA 의무 체결 등 기업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협상력 우위에 있는 대기업에서 NDA를 의무로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제로 구속력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고 원스탑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다”고 말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닥터다이어리는 기밀 정보를 취득한 투자사 임원이 대기업 자회사 설립과 동시에 동일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애플리케이션(앱) 표절 및 아이디어 탈취 분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회사가 아이디어를 탈취한 경우 자회사와 함께 지주사인 본사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통해 벤처기업을 보호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손보인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대기업이 ‘투자’ 또는 ‘협업’이라는 명분으로 접근해 기술 제공을 요구하며 기술 탈취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AC), 엔젤투자자가 창업기업과 NDA 의무 체결을 해야 하며, 창업기업은 나중을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NDA 작성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현행 일부 지식재산권 관련 징벌적 3배 손해가 도입돼 있으나 실제 법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민사 손해배상 5~10배 강화 방안 마련과 실효성 있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동윤 중기연 원장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인해 혁신 기술로 무장한 벤처‧스타트업의 성장 동력과 혁신 의지가 꺾이고 있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기술탈취 근절 및 혁신 기술 보호에 정부가 앞장서서 대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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