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딱지가 떨어지고 매끈한 새 살이 나는 것을 경험한 아이는, 죽은 엄마가 항상 자신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아이의 눈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이 책은 책 표지부터 강렬한 빨강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 빨강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처음 등장하는 아이는 몸이 하얗습니다. 빨간 배경 속 하얀 아이는 생기를 잃은 듯 보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며 엄마의 죽음을 직면하고, 분노하고, 부정하고, 울면서 점차 몸이 붉게 물들어 갑니다. 어쩌면 이 빨강은 죽은 엄마의 사랑을 아이가 점점 느끼게 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헤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남녀 사이의 이별일 때도 있고,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좋은 사람을 잘 못 만나는 경우도 있고, 마음의 상처로 인해 스스로 관계를 끊을 때도 있습니다. 이별은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한 장면으로,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게 되지만 나이가 들어도 이별을 수용하는 것은 힘듭니다.
계절이 바뀔 때 유독 부고 소식을 많이 듣게 됩니다. 부고장을 보면서 “내가 죽고 나면 누가 가장 나의 죽음을 슬퍼해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나의 부모님, 배우자, 친구, 지인의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제일 슬퍼하는 죽음은 누구의 죽음일지, 그리고 나의 죽음을 누가 가장 슬퍼할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죽음, 이별 또한 삶의 한 장면이라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전안나 책글사람 대표,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