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17일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앞서 ‘성남FC 후원금’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사건 등으로 이 대표를 3차례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10시 25분 즈음 도착해 지지자들을 만났다. 그는 단상 위에 올라가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저를 희생재물로 삼아서 정권의 무능함과 정치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없는 죄를 조작해서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수사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게 저의 부족함으로 검찰 독재정권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너무도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은 승리한다”며 “왕정시대 왕들조차도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목소리를 높여 “맞아요!”, “이재명! 이재명!” 이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시라. 역시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며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말도 안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며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며 “회기 중에 영장청구해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민간 개발업체 등에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당시 ‘성남시 2인자’로 불리던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이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인섭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로비를 받아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성남시가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과정에 이 대표의 개입이 있었는지,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이 대표가 각종 인허가 조건 변경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총 2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준비해온 서면을 제출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앞서 올해 초 진행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관련 검찰 조사에서도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의 질문에는 “진술서로 갈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쪽 분량의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요약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였다”, “실무부서의 감정 결과에 따른 건의를 수용한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소환에 앞서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측 선거대책위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자금 수수’ 재판 위증 사건 관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박모 씨와 서모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은 김 전 부원장의 재판에서 불법 대선자금 수수 시점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한 것으로 의심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