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30대'도 줄줄이 짐싼다…"11억 준다는데, 조건 좋을 때 떠나자"

입력 2023-08-17 14:52 수정 2023-08-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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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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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급증한 은행권 이익을 바탕으로 희망퇴직 조건이 좋을 때 조기 은퇴해 '인생 2막'을 설계하려는 젊은 층 증가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조건 등에 합의하고 18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통상 은행권은 연말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연초에 희망퇴직을 진행하는데, 신한은행은 연초와 별도로 하반기에도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한 해에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희망퇴직 대상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는 점이다. 하반기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은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 이전 출생 직원으로, 만 39세까지 퇴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올해 1월 신한은행 희망퇴직에서 최고 출생연도 조건이 1978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개월여 사이 대상 연령이 5년 낮아졌다.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 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 퇴직금으로 받고 이달 말 은행을 떠난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하반기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60명이 은행을 떠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연령 직원들에게 전직 기회를 조기에 제공하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인력 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연 2회 '준정년 특별퇴직'을 정례화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은행의 희망퇴직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우리은행의 경우, 2021년 1974년생에서 2023년 1980년생으로 2년 새 6년 낮아졌다. 지난해부터는 희망퇴직 대상자에 관리자급(1974년생), 책임자급(1977년생)에 이어 '행원급'이 추가됐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1966~1971년생에서 지난해 1968~1972년생으로 낮아졌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희망퇴직 연령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희망퇴직이 정례화돼 있지 않은 은행이 대부분인 탓에 내부 인력 상황이나 전략에 따라 희망퇴직 신청을 안 받는 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되기까지 1~2년 정도 남은 직원들의 경우, 내년에는 은행 상황에 따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지 않을 수도 있기에 대상 연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2021년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조기 은퇴 니즈가 늘어나자 희망퇴직을 연 2회 실시했지만, 이후 1차례만 실시하다가 올해 다시 직원들 사이에서 요청이 늘어나 2차례 실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워라벨' 중요성 등으로 이른 은퇴를 원하는 젊은 직원들이 늘었는데, 이들을 한꺼번에 내보내면 고객 불편이 커질 수 있으니 올해 이례적으로 2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1년에 두 번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희망퇴직 연령 확대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으로는 '역대 최고 호황 속 조건 좋을 때 떠나자'는 인식 확산이 꼽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성과급은 2020년 1조4747억 원, 2021년 1조7826억 원, 2022년 1조9595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지난해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5억4000만 원에 달했다. 총 퇴직금은 2021년(5억1000만 원)과 비교하면 3000만 원 증가했다.

향후 퇴직 조건이 악화할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희망퇴직 혜택이 줄었다. 상반기 준정년 특별퇴직금은 최대 36개월 치 월평균 급여였으나 하반기 준정년 특별퇴직금은 28개월로 상반기 및 작년 대비 8개월가량 축소됐다. 자녀학자금, 의료비 등 기타지원사항 금액도 상반기보다 줄었다.

올해 하반기 하나ㆍ신한은행으로부터 시작된 희망퇴직 수요는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약 2개월 사이 5대 은행에서만 모두 2222명(KB국민 713명·신한 388명·하나 279명·우리 349명·NH농협 493명)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3~4년 새에 직원들 사이에서 조기 은퇴 바람이 불면서 연령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며 "향후 대상 연령대가 낮아지면 희망퇴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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