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못 박힌 'K-ICT' 경쟁력…떨어지는 현금창출능력ㆍ수익 역주행

입력 2023-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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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차원 규제…통신사 영업이익률 산업 평균 못 미쳐
韓 통신사 에비타 마진 OECD 최저 수준…1위 스웨덴46.7% 절반 수준 23.3%
AIㆍ반도체ㆍ양자컴퓨팅 등 美ㆍ中 패권 경쟁 심화…K-ICT 기술 해외 종속 우려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이끄는 이동통신사와 플랫폼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국내 산업의 평균 이익률(7.7%)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 취지로 도입된 강력한 규제로 인해 경쟁력을 잃은 탓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대중국 투자를 규제하는 등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K-ICT 기술의 해외 종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과 플랫폼 때리기 등 고강도 ICT 기업 옥죄기 기조에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으름장 놓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이통3사(KT, SKT, LGU+)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05년 15.2%에서 2022년 7%로 반 토막이 났다. 올 2분기 5G 가입자 증가와 신사업 호조에 힘입어 합산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며 외형성장을 이뤄냈지만, 영업이익률은 대부분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글로벌 통신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각각 24.2%, 24.4%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 역시 해외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OECD 24개 회원국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리서치컨설팅 기관인 GSMA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 한국의 에비타 마진은 1위인 스웨덴(46.7%)과 비교해 절반 수준(23.3%)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등의 규제로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상품의 가격을 측정하는 일에 개입하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며 “정부가 내놓은 통신시장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는 타당하지만, 5G 최저 요금을 하향하는 등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십 개에 달하는 규제들이 자칫하면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익구조도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4년간 영업이익률을 보면 네이버는 2020년 23%에서 올해 15.5%( 2분기)로 줄어들었고, 카카오도 같은 기간 11%에서 5.6%로 대폭 감소했다. 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사각지대를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규제에 짓눌려 부담을 짊어지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했다.

정치권 ‘공세’가 이어지면서 포털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온플법 제정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킬러규제’를 꺼내 들면서 돌연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을 둔 실효성 있는 ICT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ICT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기술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대 흐름에서 ICT 산업을 육성보다는 규제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볼 경우 K-ICT 기술의 해외 종속이 크게 우려된다”며 “글로벌 빅테크 공룡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ICT 플레이어들에게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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