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공공독점이 ‘이권 카르텔’ 낳는다

입력 2023-08-09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유일한 대입시 수능, 사교육조장
통합 LH는 건설업계 절대‘갑’ 돼
정부권한 줄여 부패고리 끊어야

우리 사회의 부패 고리로 이권 카르텔이 주목받고 있다. 작년 12월 화물연대 파업을 주도한 노조가 ‘기득권의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받으면서 카르텔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시민단체와 태양광 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유용한 카르텔’로 지목되었고, 수능시험의 초고난도 킬러 문항이 파장을 일으키며 수능 출제 위원과 사교육 업체가 유착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노조에서 시작한 이권 카르텔 논란은 아파트 건설에서 정점을 찍었다. 세칭 ‘순살아파트’라 불리는 부실 공사는 큰 물의를 일으키며 이권 카르텔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환기시켰다. 다른 분야의 카르텔과 달리 아파트 부실 공사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비리에 속한다.

원래 카르텔(cartel)은 경제용어로,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공모하여 시장 독점을 형성하고 자유 경쟁을 기피하여 부당 이득을 추구하는 연합체를 의미한다. 카르텔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서도 경쟁을 제한하고 초과 이윤을 누리며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독점보다 더 폐해가 심하고 죄질이 나쁜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된다.

그런데 현재 논란이 되는 이권 카르텔은 주로 민간 부문의 장치산업보다 공공 부문의 규제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사교육만 해도 그렇다. 수능시험 성적으로 수험생의 등수와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여건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수능에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 준킬러 문항이 나올 것이며, 준킬러 문항을 배제하면 준준킬러 문항이 나올 것이다. 킬러성의 문항을 모두 배제하여 수험생 대다수가 쉽게 풀 수 있는 물수능으로 출제하면 동점자가 엄청나게 나올 것이며, 그럼 변별력을 상실한 수능은 대학 입학시험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자격시험으로 전락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수능을 교육당국이 독점하고 이 시험을 통해서만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만든 입시 제도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다. 유일한 대학입시인 수능 제도가 존속되는 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건설업의 부실시공도 그 근본 원인은 동일하다. 1970년 마포 와우아파트가 붕괴하여 33명이 매몰돼 사망한 이후 50년 넘게 전혀 개선된 점이 없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만 하다. 이번에도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관리 감독 제도를 마련하겠지만 부실 공사는 여전히 건재할 것이다.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의 핵심은 LH가 공공주택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근이 누락된 LH아파트 단지를 감리한 회사의 대다수는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로 드러났다. LH가 발주하며 설계·시공·감리회사까지 선정하니 상호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LH가 이전에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이원화되어 있었는데 이를 통합한 이후로 건설업계의 절대 ‘갑’이 되어 철통 카르텔이 고착화되었다.

전력과 원전에도 카르텔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공 독점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노조에 카르텔이 생기는 이유는 정부가 권한을 부여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카르텔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토양은 공공 독점이며 이권의 원천은 정부 권한에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카르텔은 이권 카르텔이 아니라 부패 카르텔이다.

정부가 아무리 카르텔을 척결한다고 전면전을 펼쳐도 카르텔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 자체가 카르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공공 독점을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정부가 카르텔을 규제한다고 나서면 카르텔은 더욱 커지고 확장한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정부의 관료들이 나중에 카르텔에 합류하여 카르텔의 힘을 보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로, 대장동 50억원 클럽이 이런 악순환 비리 카르텔의 대표적 사례를 보여준다. 한때는 부패 척결과 적폐 청산의 최고위직 역할을 맡았던 민정수석, 특검, 대법관이 수뢰 혐의로 수사받고 구속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도 카르텔 감독과 사정에 앞장선 공직자, 판검사 중 상당수는 퇴임 후에 어딘가 어느 카르텔에 붙어 이권에 빨대를 꽂고 수십억 원의 초과 보상을 즐길 것이다. 그러니, 이권 카르텔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감염력이 강하고 생명력이 질길 수 밖에 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20년 째 공회전' 허울 뿐인 아시아 금융허브의 꿈 [외국 금융사 脫코리아]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불 꺼진 복도 따라 ‘16인실’ 입원병동…우즈베크 부하라 시립병원 [가보니]
  • “과립·멸균 생산, 독보적 노하우”...‘단백질 1등’ 만든 일동후디스 춘천공장 [르포]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509,000
    • +3.83%
    • 이더리움
    • 4,397,000
    • -0.52%
    • 비트코인 캐시
    • 601,500
    • +1.35%
    • 리플
    • 807
    • +0%
    • 솔라나
    • 291,100
    • +2.1%
    • 에이다
    • 804
    • -0.74%
    • 이오스
    • 780
    • +7%
    • 트론
    • 230
    • +0.88%
    • 스텔라루멘
    • 152
    • +2.01%
    • 비트코인에스브이
    • 82,450
    • +0.49%
    • 체인링크
    • 19,330
    • -3.59%
    • 샌드박스
    • 403
    • +2.2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