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도망이 최선…빨리 떠날수록 손실 준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00개 유럽 기업의 연례 보고서와 2023년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176개 기업이 러시아 사업 매각, 폐쇄 또는 축소에 따른 자산 손상, 외환 관련 비용, 기타 일회성 비용 지출로 인해 이러한 규모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또는 원자재 비용 폭등과 같은 간접적인 거시 경제적 영향은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키이우경제대학에 따르면 전쟁 전 러시아에서 1871개 유럽 회사가 진출해 있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 사업을 철수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와 함께 러시아 정부의 반(反) 서방 정책으로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내 남아있는 유럽 기업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아직 러시아에 남은 기업들에 미련 없이 떠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기업의 러시아 내 자산 압류 및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위기 전략 컨설팅 기업 컨트롤리스크의 파트너 나비 압둘라예프는 “러시아를 떠난 회사가 많은 돈을 잃었더라도 남은 기업들은 더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할 위험이 있다”며 “컷 앤 런(cut and run·자르고 도망) 전략은 전쟁이 시작될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는 기업에 있어 최선의 수단이었음이 확실해졌다. 더 빨리 떠날수록 손실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안나 블라수크 KSE 연구원은 러시아 내에서 여전히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이 ‘고위험 도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 이후 기업의 출구 전략을 어렵게 했으며 자산 몰수 가능성이 커졌다”며 “돈을 회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아직 러시아에 남아있다면 사업을 중단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