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홍준표, 말과 행동에 일관성 없어”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을 향해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고 작심 비판을 쏟아낸 뒤 국민의힘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당 일각에서는 “친윤과 비윤의 싸움을 부추겼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발단은 홍 시장의 글이었다. 홍 시장은 지난달 3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 처분을 받은 후 4일 만에 “하이에나 떼들에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지만 이 또한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라며 “나를 잡범 취급한 건 유감이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을까?”라면서 “황교안이 망한 것도 쫄보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홍 시장은 글을 삭제했다.
홍 시장의 ‘유승민·이준석 포용론’에 당에서는 때아닌 찬반 논란이 일었다. 이용호 의원은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원론적으로 홍 시장 이야기에 동의한다”며 “서로 감정을 가지고 흩어지는 것보다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에 저는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서 한배를 타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사람들”이라며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졌는데 (그들에게)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킬 책임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1일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기는 게 맞는데, 정도의 문제가 있다”며 “어느 정도 원팀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양금희 의원은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그때의 어떤 여론의 추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당의 공천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부터 배제를 해야 된다, 당에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반면 김병민 최고위원은 1일 YTN ‘뉴스앤이슈’ 인터뷰에서 “김재원 최고위원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 최고위원을 제일 먼저 덜어내야 된다’고 얘기했던 게 홍 시장”이라면서 “본인이 과거에 했던 말과 현재의 행동들과 이 모든 것들의 일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며 홍 시장의 주장을 비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본인 지역구인) 상계동 재건축에 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이 전 대표를 비꼬았다.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의 발언으로 갑작스럽게 친윤 대 비윤의 구도가 다시 가시화된 것 같다”며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홍 시장은 ‘유승민·이준석 편을 드는 것이냐’는 지지자의 물음에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편 드는 게 아니고 총선에 힘 모아 이겨달라는 소리”라고 밝혔다.